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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가 1년간 출석하지 않은 학생을 제적하려다 교체됐다. 학생은 최순실의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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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A JONG
정윤회씨의 딸 유연('유라'로 개명)씨가 2013년 7월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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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교정을 가득 덮은 벚꽃이 지고 학교를 상징하는 배꽃이 질 무렵인 지난 4~5월. 학생들은 한창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분주한 철이었다.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도 입학한 지 1년이 넘어 처음으로 학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테두리로 된 선글라스를 낀 엄마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함께였다.

이들은 체육관 시(C)동에서 이아무개 체육과학부장과 김아무개 건강과학대학장 그리고 또 다른 체육과 교수를 만난 뒤 1층으로 내려갔다. 김 학장은 유라씨의 지도교수에게 전화로 먼저 알렸다. “정윤회(61)씨의 부인이 내려가니, 잘 다독거려서 보내라.” 정씨와 최씨는 2년 전 이혼한 사이지만, 아직도 교수들은 최씨를 ‘정씨의 부인’, 유라씨를 ‘정씨의 딸’로 부른다.

최씨는 혼자서 딸의 지도교수 방에 그것도 노크 없이 들어갔다. 학부모와 지도교수 사이의 대화는 곧바로 고성이 오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딸이 적을 둔 이화여대에 왜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그는 최근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K)스포츠의 설립 및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3년 전 서울 경마공원에서 찍은 사진이 그의 공개된 거의 유일한 사진일 만큼 좀체 실체를 드러내지 않던 그가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서 이대에 나타난 배경은 순전히 딸 때문이었다. 엄마의 출현은 딸이 ‘비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탈 없이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입학 이후 최씨 딸을 둘러싼 잡음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라씨는 1학년 1학기인 지난해 학사경고를 받았다. 학부장을 맡은 이 교수는 “0점 몇 점인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2학기 때는 휴학했다. 이때 지도교수와 최씨가 처음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최씨는 독일에 머물고 있는 딸이 승마 연습을 하는 탓에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교수에게 부탁했다. 최씨는 딸의 승마 연습 사진 등을 보냈다. 별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이듬해인 2학년 1학기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지도교수는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했으나, 유라씨가 아닌 그의 사촌이 받았다. 지도교수는 사촌을 통해 ‘경고가 누적되면 제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뜻을 전했다. 학칙엔 학기말 평균 성적이 1.60 미만인 학생에겐 학사경고를 하고, 연속 3회 받은 학생은 제적한다고 되어 있다.

독일에 있다던 최씨는 다음날 딸을 데리고 득달같이 학교로 찾아왔다. 그리고 이날 유라씨의 지도교수는 엄마 최씨와 얼굴을 붉히며 대화를 했고, 유라씨의 지도교수는 그날 바로 바뀌었다.

유라씨의 ‘등교’는 그날 전후로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다. 같은 체육과의 한 학생은 “그분(유라씨) 얼굴은 신문에서 본 것 같은데, (이대에서 실제) 본 사람은 드물걸요?”라고 말했다. 유라씨는 휴학 기간을 빼고서 세 학기 동안 단 한 번의 학교 출현이 목격됐을 뿐이다. 그것도 수업과 무관하게 엄마와 함께 교수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제적을 당하지 않은 채 학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스포츠계에서 대표 특기생이라고 할 만한 김연아(26)씨나 박태환(27)씨에 견줘서도 비정상적이다. 김씨는 국내외 훈련이 없을 때 수업에 참가했다. 박씨 또한 잦은 해외 훈련과 경기가 있었지만, 교생 실습에도 참여했다. 이들에 비하면 유라씨는 등교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대회 등에 참가한 경우 2주 안에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되지만, 유라씨의 경우엔 이마저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난 학기 유라씨가 수강신청한 과목을 가르친 한 교수는 “구두로만 들었지, (해외 전지훈련 관련) 증빙서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유라씨는 국가대표도 아니다. 그는 2014년에 국가대표에 선발됐지만, 올해 자격을 상실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독일에서 개인 자격으로 승마 훈련 중에 있는 셈이다.

유라씨의 성적 취득 과정도 과 교수들의 설명만으로는 매끄럽지 않다. 지난 학기 때 유라씨는 간신히 학사 경고를 면했다. 이 교수는 “평점이 2.1인가 그렇다”고 말했다.

체육 특기생의 경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다거나 아니면 보고서 등으로 시험을 대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긴 하다. 하지만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은 채 학사경고를 면하면서 2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황은 개운치 않다. 이대 체육과의 한 교수는 “아무리 체육 특기생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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