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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음식을 활용하는 4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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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은 책 '미식 예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혹은 이런 사례도 있다. 입맛이 비슷한 낯선 두 사람에게 서로 음식을 먹여주라고 시키는 실험 동영상 같은 것 말이다. 독일 식품 브랜드 크노르가 주관한 이 실험에서 일부는 실제 두 번째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음식은 누군가의 특징을 잡아낼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을 긴밀히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추리소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누군가를 죽이거나, 잡기 위해 쓰인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여기 추리소설이 음식을 활용하는 몇 가지 방법들을 모아보았다. 소름 대신 군침이 흐른다고 해도 안심하시길, 정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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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을 죽이는) 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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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메리 멀로니는 남편의 뒤로 걸어가, 동작의 중단 없이 얼어붙은 커다란 양다리를 공중 높이 들어올려 있는 힘을 다해 남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쇠몽둥이로 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책 '맛: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로알드 달 저)

추리소설에서 음식은 때로 사람을 죽이는 훌륭한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로알드 달의 단편 소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에서 나오는 양다리 고기 같은 것 말이다. 임신 6개월인 아내 메리 멀로니와 헤어지고 밖으로 나가려 하는 남편의 뒤통수를 향해 그녀는 얼어붙은 양다리 고기로 훌륭한 헤드샷을 날린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그 고기를 요리해 자신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들에게 대접함으로써 감쪽같은 증거인멸까지 이뤄낸다. 얼어붙은 음식이 이렇게 위험한 것이다. 그건 이빨만 망가뜨리는 게 아니었다.

2. 독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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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쓸 수 있을 만한 추리 소설의 종류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독에 둘려 싸여 있으니 독살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장난 삼아 독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내 마음에 쏙 들어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책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 애거서 크리스티 저)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린 추리 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중 약사로 근무했던 조제실에서 처음으로 추리 소설을 쓸 생각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조제실에 가득 찬 약병들 속에서 소설을 구상하면서 그녀가 '독살'을 떠올리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 약사를 하며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된 그녀는 자신 소설의 죽음 중 거의 절반 이상을 '독살'로 채웠으며, 이를 위해 음식을 동원하였다. 그 목록은 주로 물, 커피, 홍차, 핫코코아, 트라이플, 초콜릿, 마멀레이드 등이었다(책 '죽이는 요리책', 케이트 화이트 저)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 nhn?bid=10963724 독살에 관한 이 많은 지식들이 소설에만 활용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3. 범인을 잡는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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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당신이 친절하게 물은 한 잔 따라줄 때까지 사흘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장 참기 힘든 건 담배였어. 아, 담배가 여기 있군."(책 '셜록 홈즈 전집8: 홈즈의 마지막 인사', 아서 코난 도일 저)

음식을 먹임으로써 누군가를 죽이는 소설이 있다면, 음식을 아예 먹지 않음으로써 범인을 잡는 소설도 있다. 셜록 홈즈 단편 중의 하나인 '빈사의 탐정' 이야기다. 여기서 홈즈는 병을 감염시켜 사람을 죽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본인이 그 병에 걸린 것으로 위장했고, 그러기 위해 사흘간 어떤 음식과 물도 입에 대지 않아 결국 범인을 속이는 데 성공한다. 먹는 일에 무심하며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집념이 강한 홈즈의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사흘을 굶는 일은 조금 무리였나 보다. 범인을 잡은 후 동료 왓슨에게 외투 입는 걸 도와달라고 청하며 심슨 식당에 들러 영양가 있는 식사라도 하자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 홈즈는 과연 사흘을 굶은 뒤 무슨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까?

4.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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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을 떨지 않기로 합시다. 당신은 당신의 조리법에 가격을 매깁니다. 그건 당신의 특권입니다. 저는 제 서비스에 가격을 매깁니다. 그건 제 특권이죠. 당신은 오십만 프랑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제게 오십만 프랑 수표를 보내신다면 저는 그걸 찢어 버릴 겁니다. 어떤 금액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당신의 목숨을 구했거나, 최소한 당신을 사소한 짜증 나는 일에서 구해 드렸습니다. 둘 중 어떤 것을 택하셔도 좋습니다. 당신은 제게 대가를 물었고, 저는 대가가 조리법이라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제 식탁에서 소시스 미뉘이를 먹을 수 있게 된다면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일 겁니다." (책 '요리사가 너무 많다.', 렉스 스타우트 저)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 때로 음식은 거구의 탐정도 밖으로 나오게 한다. 렉스 스타우트가 만들어낸 탐정 네로 울프는 100kg이 넘는 거구로 집 밖에서 해결하는 사건이 거의 없지만, 이 책에선 예외적으로 집 밖에서 직접 사건을 해결한다. 15명의 셰프들이 모여 음식을 만드는 행사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열성적으로 해결하는 이유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요리사 베린 씨의 전설의 소시지 요리 ‘소시스 미뉘이’의 조리법을 얻어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사건을 해결하고, 당당히 조리법을 요구해 한 달에 두 번 소시스 미뉘이를 먹는 소박한 행복을 얻게 된다. 소시스 미뉘이의 조리법은 원서 'The Nero Wolfe Cookbook'에 적혀있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주문해보시길. 어쩌면 네로 울프처럼 업무 효율이 마구마구 올라갈지도 모른다.

*이상의 책 리스트들은 책 '죽이는 요리책'( 케이트 화이트 저)을 참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