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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서 헌법에 없는 이유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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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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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통과시킨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5일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건 1987년 개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87년 개헌 이후,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사례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등 두 차례다.

임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사흘 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단행한 부분개각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김 장관은 14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이틀 뒤 사표를 수리했다.

뉴스1에 따르면 1948년 구성된 제헌국회 이후 현재 20대 국회까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국무위원 5명은 예외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대통령은 왜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대통령'이 되려는 걸까?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점, 더구나 새누리당에선 이번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요청한 점 등을 감안해 박 대통령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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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중 첫 번째 이유로 든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부분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말만 보면 '직무능력과 연관이 있을 때만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기 쉽다.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청와대는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제출된 것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에는 어디에도 이런 내용이 없다. 국회가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하는 사유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헌법 제63조
①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②제1항의 해임건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의하여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국회가 제출한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는 것도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권한 중 하나다. 탄핵 소추와는 달리, 해임건의는 말 그대로 '건의'일 뿐, 강제성이 없기 때문.

그러나 헌정 사상 한 번도 국회의 해임건의를 거부한 대통령이 없었던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떠올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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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는 삼권분립의 원칙. ⓒ네이버 어린이백과

청와대의 기류 역시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에 굴복해선 안된다'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후반기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내주면 레임덕(권력 누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삼권분립 구조에서 대통령이 입법부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에는 크나큰 정치적 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

실제로 국회에서 가결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수용 거부'했던 전례는 이전까지 없었다. (뉴스1 9월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우리 헌정사에 국회에서 가결된 장관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다. 박정희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독재권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엄중한 국민의 건의, 국회의 건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놓여있는 이런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히는 한편, 굳이 '요즘 즐겨 듣는 노래'를 소개하며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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