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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김수천 부장판사는 정말 치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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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ROVER
Range Rover Evoque cars are on display at a car dealer in Berlin, August 23, 2014. The German premiums have long been on a roll, producing an export-driven sales explosion and huge returns while mass carmakers struggled through Europe's crisis. But in a headlong sales race, second-placed Audi and runner-up Mercedes have both vowed to depose BMW, giving rise to heavy discounting, which sullies luxury brands and creates opportunities for the growing competition, observers say. Now a host of younge | Thomas Peter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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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 판사석이 아닌 피고인석에 서게 된 김수천(57) 부장판사가 치밀한 수법으로 뒷돈을 챙긴 정황이 드러나 새삼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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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기소된 김 부장판사는 작년 2월 정상적인 차량 매매로 꾸며 정 전 대표가 굴리던 5천만원 짜리 레인지로버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부인 명의로 넘겨받기로 했다.

그는 차량 매매 대금을 보낸 근거를 남기려고 정씨 계좌로 5천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전 대표의 로비스트 노릇을 한 성형외과 의사 이모(구속기소)씨의 강남 병원에서 자신이 보낸 5천만원을 포함해 1억5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몰래 받아 챙겼다.

김 부장판사는 사실상 공짜로 차를 넘겨받으면서도 취득세와 차량보험료 624만원마저 정씨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모습을 보였다.

정씨의 호의는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그는 거액을 김 판사에게 건네면서 앞으로 맡게 될 '짝퉁 네이처리퍼블릭 제품' 사범을 엄단해달라는 청탁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대표는 원래 고급 독일제 SUV를 김 부장판사에게 사 주려고 했는데 그가 부담스러워해 자기 레인지로버를 넘겨주는 것으로 다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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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판사는 추적 대상이 될 수 있는 금융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주로 직접 쇼핑백에 담은 돈을 받았다.

작년 10월 의사 이씨로부터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벌해 달라는 청탁 등의 명목으로 받은 현금 1천만원, 같은해 12월 정씨의 상습도박 사건 재판부 청탁 명목 등으로 받은 500만원도 모두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로부터 받은 '용돈' 내지 '떡값'을 관리하기 위해 딸의 은행 계좌를 이용하기도 했다. 받은 100만원권 수표를 한동안 갖고 있다가 딸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이날 정씨로부터 1억8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 부장판사를 기소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기소 대상이 된 금품 외에도 현금, 여행 경비 등으로 더 많은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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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형외과 의사 이씨의 소개로 정 전 대표를 알게 된 김 부장판사는 2012년 12월 정씨와 5박6일 일정으로 베트남, 마카오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당시 여행경비는 모두 정 전 대표 측이 부담했다. 작년에는 이씨와 함께 중국 상하이 여행을 떠났는데 이때 비용 역시 이씨가 모두 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3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의금, 용돈 등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표 등을 직접 받고 골프와 향응 접대 등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본인 또는 다른 재판부의 재판과 관련한 청탁을 받기 시작한 2014년 이전의 금품 수수 부분은 직무상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자에게 받은 금품 일부에 관해서는 직무상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씨와 함께 마카오에서 도박했을 가능성의 경우 본인과 관련자 진술을 근거로 기소 내용에서 뺐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 본인이 도박하지 않았다고 하고, 같이 간 사람들도 그는 도박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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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부장판사가 법리에 밝은 현직 판사인 만큼 뇌물죄보다 형량이 현저하게 낮은 알선수재죄를 적용받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뇌물죄는 공직자가 그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받았을 때 적용한다.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에 적용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결국,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지만, 알선수재 형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줄곧 자신이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본인이 담당한 재판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다만 "다른 재판부 사건 청탁 알선을 받고도 거절하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뇌물이 아니라 알선수재죄를 적용받으려는 취지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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