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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가 미술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 사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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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작품보다는 미술가의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미술을 ‘개념미술’이라고 한다. ‘모든 작품이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개념미술’에서는 작품의 개념마저 뛰어넘는다.

‘개념미술’의 시작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으로 본다. 기존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미에 대한 개념을 뒤집어 버렸다. 1917년 발표되었던 기존에 제작되어 있던 남성 소변기로 만든 ‘샘’(1917)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작품인 듯 아닌 듯, (당시)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marcel duchamp

지금은 ‘개념미술’ 자체가 흔해졌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개념미술’ 작업을 하고 있다. 영감을 떠올린 후 수많은 조수들에 의해 그것을 만들도록 한다. 과연 ‘개념미술’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을 통해 조금 더 이해의 수준을 높여보도록 하자. ‘개념미술’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형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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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디메이드

“뒤샹이 만든 이 용어는 외부세계에서 가져온 사물이 미술로 주장 또는 제시되는 것으로, 미술 작품의 독창성과 미술가의 손작업의 필요성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책 ‘개념 미술’, 토니 고드프리 저)

이미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뒤샹이 전시회에 남자 소변기를 가져다 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였듯이, 작가의 아이디어가 작품 활동의 전부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기존 미술 작품의 정의를 가뿐히 넘겨버린 것이다.

2.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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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으로서, 이미지, 텍스트, 사물 등을 미술관이나 길거리 같은 예기치 않은 문맥 속에 갖다 놓아 그 문맥으로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 개입의 예로는 미국의 미술가 곤살레스-토레스의 대형광고판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그는 구겨진 침대보가 있는 텅 빈 더블 침대 사진을 뉴욕 전역의 24군데에 대형광고판으로 설치했다. 그 광고판에는 덧붙여진 말이나 해설이 없다. 보행인에게 이 작품은 그 또는 그녀 자신의 상황에 따라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랑과 부재를 말한다.” (책 ‘개념 미술’, 토니 고드프리 저)

우리도 가끔 길거리, 공공장소, 때로는 호수 위에서 뜬금 없는 작품을 만나곤 한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지만 지금은 비교적 흔해져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발하다고 여전히 느끼게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에 작품을 배치하였을 경우를 뜻한다.

3. 자료 형식

“실제 작품과 개념, 행동 등은 모두 증거와 기록, 지도, 차트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는 사진을 제기함으로써만 이루어진다. …. 코수스의 ‘세 개의 의자(One and Three Chairs)’는 자료 형식의 예이다. 이 작업에서 ‘진정한’ 작품은 개념이다. 즉 “의자란 무엇인가?” “어떻게 의자를 재현할 것인가?” “미술이란 무엇인가?” “재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책 ‘개념 미술’, 토니 고드프리 저)

코수스 작품 ‘세 개의 의자’도 세 종류의 의자를 만나볼 수 있다. 진짜 의자와 의자의 사진, 그리고 의자의 사전적 정의 (프린트)이다. 실물 외에 그것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의자인지도 고민해 보게 되고, 사전적 정의가 올바르게 되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4.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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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개념과 진술, 조사 등이 언어의 형식으로 제시된다. ….캘리포니아의 미술가 나우먼의 ‘100개의 삶과 죽음(One Hundred Live and Die)’은 언어로 표현된 미술의 훌륭한 예이다. 관람자는 읽기를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짝을 이루는 일련의 용어를 읽어야 한다. 이러한 짝들은 점점 조화를 잃고 불안정해진다. 이 작품은 간판을 연상시키는 네온 매체와 간판의 크기를 이용했으며, 화랑 전체를 소란스러운 웅얼거림으로 가득 채웠다.” (책 ‘개념 미술’, 토니 고드프리 저)

글이 작품화된다. 수많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작품이 만들어진다. 의미를 제시한다기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 생각 등을 통해 의미를 찾아나간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개념미술’ 덕분에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정형화된 미술 작품의 틀을 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