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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이 전한 '무한상사'의 뒷이야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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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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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예전의 무한도전 콩트가 좋고 그립죠."

장항준(47) 감독이 MBC TV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장 감독은 최근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을 통해 무한도전의 원년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무한상사'를 콩트가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든 데는 정형돈, 노홍철, 길 등 원년 멤버들이 빠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17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제작 과정의 뒷얘기를 털어놨다.

장 감독은 "무한도전 팀에서 김은희 작가를 통해 의뢰를 해왔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무한상사 외주 제작자인 장원석 대표와 김 작가가 계속 설득을 했다"며 연출을 맡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오래 쉬어서 몸도 풀 겸 해서 만만하게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장 감독과 김 작가는 부부다. 인기 TV 드라마 '시그널', '싸인', '유령' 등의 대본을 쓴 김 작가가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의 대본을 담당했다.

장 감독은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돈과 권력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신세를 얘기하고 싶었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무도(무한도전)의 즉흥적인 콩트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죠. 하지만 그건 저희보다 무한도전팀이 훨씬 잘 만듭니다. 정형돈, 노홍철, 길 등 멤버들이 많이 비어 있어서 콩트가 원활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했죠. 저희에게 작품을 의뢰한 이유를 다른 장르로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스릴러를 선택하게 된 겁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한 건데 여건이 썩 좋지 않아서 다들 고생한 만큼 많은 즐거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기존 무한도전 멤버 외에 이제훈, 김혜수, 김원해, 손종학, 김희원, 전석호 등 화려한 조연들을 등장시킨 것은 극의 흥미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기왕이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등장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존재감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며 "아울러 무도 멤버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어서 정극을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명연기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았던 정형돈의 깜짝 출연에 대해서도 무한도전 팬들을 의식한 나름의 치밀한 전략이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작품 의뢰를 받았을 때부터 김 작가와 함께 구상했던 건데 팬 서비스 차원이었죠. 극 속에서나마 잠시 무한도전 완전체를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흩어진 멤버들을 다 모으고 싶었고, 번외편이니까 '나 잘 지내요'라는 인사라도 할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뜻대로 안 됐어요. 형돈씨는 만나서 얘길 했더니 고민을 좀 하다 흔쾌히 와서 참여했죠."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지난 5월부터 구상에 들어가 대본 작업을 하고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반 동안 촬영했다고 했다. 정형돈은 마지막 추가 촬영 때 참여했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출연진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썼으나, 기자들의 보도 경쟁 때문에 출연진이 사전에 공개된 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극비로 오랫동안 준비하고 삼고초려를 해서 캐스팅을 하고 매니저들한테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했다"며 "심지어 대본도 이면지를 버리지 않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끈질긴 취재를 막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형돈도 갑자기 나오니까 놀랍고 재밌다"며 "캐스팅도 반전의 재미가 있는 건데 무도가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영화 '곡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노배우 쿠니무라 준을 섭외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쿠니무라 준 선생님 섭외가 특히 어려웠죠. 몇 번을 거절하셔서 거절하시면 또 요청하고 또 요청하고 했는데, 마지막엔 직접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면 이 역할은 의미가 없고, 낯설고 걱정하시는 건 알겠는데 기회를 주면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진심을 담았는데 진정성 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제작비를 물어보자 장 감독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나 곧바로 "3~4억원 규모인 것으로 안다"고 공개했다.

그는 "영화처럼 준비했기 때문에 사실은 제작비가 많이 부족했다"며 "제작비 때문에 제대로 못 찍은 장면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작가와 자신은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연출료와 대본료를 차마 받을 수 없었다면서 "돈 벌려고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조출연자를 더 부르고 카메라를 한 대 더 넣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1996)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입문한 후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TV 드라마 '싸인'(2011)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