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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9월 17일 16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17일 16시 55분 KST

장항준 감독이 전한 '무한상사'의 뒷이야기(인터뷰)

연합뉴스

"저도 예전의 무한도전 콩트가 좋고 그립죠."

장항준(47) 감독이 MBC TV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시했다.

장 감독은 최근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을 통해 무한도전의 원년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무한상사'를 콩트가 아닌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든 데는 정형돈, 노홍철, 길 등 원년 멤버들이 빠진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17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제작 과정의 뒷얘기를 털어놨다.

장 감독은 "무한도전 팀에서 김은희 작가를 통해 의뢰를 해왔는데 처음에는 거절했는데 무한상사 외주 제작자인 장원석 대표와 김 작가가 계속 설득을 했다"며 연출을 맡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품을) 오래 쉬어서 몸도 풀 겸 해서 만만하게 생각하고 시작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장 감독과 김 작가는 부부다. 인기 TV 드라마 '시그널', '싸인', '유령' 등의 대본을 쓴 김 작가가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의 대본을 담당했다.

장 감독은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돈과 권력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신세를 얘기하고 싶었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무도(무한도전)의 즉흥적인 콩트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죠. 하지만 그건 저희보다 무한도전팀이 훨씬 잘 만듭니다. 정형돈, 노홍철, 길 등 멤버들이 많이 비어 있어서 콩트가 원활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했죠. 저희에게 작품을 의뢰한 이유를 다른 장르로 만들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스릴러를 선택하게 된 겁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고 한 건데 여건이 썩 좋지 않아서 다들 고생한 만큼 많은 즐거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기존 무한도전 멤버 외에 이제훈, 김혜수, 김원해, 손종학, 김희원, 전석호 등 화려한 조연들을 등장시킨 것은 극의 흥미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기왕이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등장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존재감 있는 배우들을 섭외했다"며 "아울러 무도 멤버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어서 정극을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명연기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화제를 모았던 정형돈의 깜짝 출연에 대해서도 무한도전 팬들을 의식한 나름의 치밀한 전략이었다고 소개했다.

"처음 작품 의뢰를 받았을 때부터 김 작가와 함께 구상했던 건데 팬 서비스 차원이었죠. 극 속에서나마 잠시 무한도전 완전체를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흩어진 멤버들을 다 모으고 싶었고, 번외편이니까 '나 잘 지내요'라는 인사라도 할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뜻대로 안 됐어요. 형돈씨는 만나서 얘길 했더니 고민을 좀 하다 흔쾌히 와서 참여했죠."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지난 5월부터 구상에 들어가 대본 작업을 하고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반 동안 촬영했다고 했다. 정형돈은 마지막 추가 촬영 때 참여했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출연진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썼으나, 기자들의 보도 경쟁 때문에 출연진이 사전에 공개된 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극비로 오랫동안 준비하고 삼고초려를 해서 캐스팅을 하고 매니저들한테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도 하고 했다"며 "심지어 대본도 이면지를 버리지 않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는데 끈질긴 취재를 막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형돈도 갑자기 나오니까 놀랍고 재밌다"며 "캐스팅도 반전의 재미가 있는 건데 무도가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영화 '곡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노배우 쿠니무라 준을 섭외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쿠니무라 준 선생님 섭외가 특히 어려웠죠. 몇 번을 거절하셔서 거절하시면 또 요청하고 또 요청하고 했는데, 마지막엔 직접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면 이 역할은 의미가 없고, 낯설고 걱정하시는 건 알겠는데 기회를 주면 꼭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진심을 담았는데 진정성 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제작비를 물어보자 장 감독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나 곧바로 "3~4억원 규모인 것으로 안다"고 공개했다.

그는 "영화처럼 준비했기 때문에 사실은 제작비가 많이 부족했다"며 "제작비 때문에 제대로 못 찍은 장면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작가와 자신은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연출료와 대본료를 차마 받을 수 없었다면서 "돈 벌려고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보조출연자를 더 부르고 카메라를 한 대 더 넣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1996)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입문한 후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TV 드라마 '싸인'(2011)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