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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정치인들이 '종편'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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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유정. 이화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평민당 당직자로 시작해 청와대 행정관,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당 대변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 대변인 등을 거치면서 20여년 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오다 총선 공천 패배로 ‘여의도’를 떠나 있는 그에겐 요새 ‘방송 진행자’란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5시30분, 종합편성채널 <티브이 조선>의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선다. 지난 5월23일부터 정치·시사 토크쇼 ‘이것이 정치다’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다. 그의 곁엔 18대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함께 선다. 그 역시 20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처음에 진행자 제안을 받았을 땐 황당했죠. 나한테, 왜?” 종편 탄생의 신호탄이 된 미디어법이 날치기 처리됐던 2009년 7월, 야당인 민주당 대변인으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는 원천 무효”라고 앞장서 외쳤던 그였기에 <티브이 조선>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게다가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노골적인 편파 방송으로 ‘악명’이 높았던 방송국의 제안인지라 ‘거부감’부터 들었다.

김 전 의원의 영입을 두고, 누구는 “2017년 대선 판도가 어찌 될 지 모호한 상태에서 야당 쪽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편파 방송이란 시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이라고 혹평했다. “방송국이 실제 그런 의도를 가졌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야 정치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첫 정치·시사 토크쇼잖아요. 중립적인 입장에서 토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종편 탄생을 앞장서 반대했던 그의 이런 입장 선회는 비겁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을 터다. “종편이 처음 생겨날 때, 많은 이들이 종편을 외면하고 무시하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과가 어땠나요. 현실적으로 종편을 폐지할 수 있을까요. 종편을 폐지할 수 없다면, 누군가 논리정연하게 야당의 입장을 전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다짐 아래 시작한 방송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4일, 방송은 어느덧 82회차에 접어들었다. “적어도 이래라저래라 요구를 받은 적은 없어요. 이 안에서 내 할 말은 다 하고 있거든요.” 김 전 의원에 따르면, 그가 출연하고 있는 ‘이것이 정치다’는 최근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티브이 조선> 보도·비보도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등 시청률 전문조사 업체의 프로그램 종합 순위 상위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의 경우도 대부분 한 자릿수대인 걸 감안하며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니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티브이 조선> 정치·시사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인 50~60대의 비율이 같은 방송의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낮고 40~50대의 비율은 더 높은 편이라고 한다.

사실 그에게 방송 진행자 자리는 그를 ‘여의도’, 더 나가 “세상과 이어주는 가는 끈” 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 당시 당적을 옮겨 광주 북구갑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뒤, 그가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외부 활동 기회는 주 5일 방송 출연이 유일하다. ‘본인 부고 기사 외에는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정치인 입장에선 방송 출연이 기회일 수도 있다. “‘방송에서 봤어요’라고 얘기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건 아니에요. 그러니 방송 출연이 인지도를 높여주는 엄~청나게 좋은 기회라고 보긴 힘들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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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정치는 시대 정신을 담은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동업자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취임한 문희상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이런 말과 함께‘종편 출연 금지’를 해제하면서 미디어법 제정에 반대했던 전·현직 야당 의원들의 종편 출연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주요 야당의 전신인 민주당(2011년 민주통합당으로 당명 변경)은 미디어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8년 12월부터 당론으로 종편 출연을 금지해왔으나, 주로 온종일 티브이(TV)를 시청하는 50~60대 열혈 투표 참여층이 종편 보도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 대선 투표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종편 출연을 ‘머쓱해 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안티 조선일보’ 운동까지 했던 최민희 전 의원은 물론 ‘종편 저격수’를 자임했던 진성준 전 의원까지 종편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출연하면서 ‘종편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야당의 한 당직자는 말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만 해도 줄잡아 30여명이 넘는 전·현직 의원 및 당직자 등이 종편에 진행자·패널 등으로 고정·비고정 출연하고 있다.


특히 4·13 총선 이후 의원 배지 다시 달기에 실패한 정치인들이 대거 종편행을 택하기도 했다. 위에 언급된 김유정·정두언·최민희·진성준 전 의원은 물론 야권에선 오영식·박수현·배재정 전 의원 등이 종편에 출연하고 있으며, 여권에선 조해진·신지호·송영선·안형환·정옥임 전 의원 등이 활동하고 있다.


낙선 의원들이 종편에 출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를 높여 다음 총선에 ‘재도전’하기 위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경우, 여기에 정부·여당 편향적인 종편에 나가 ‘야당의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하겠다’는 명분이 더해진다. <제이티비시>의 정치·시사 토크쇼 ‘썰전’에 출연해 정제된 토론 실력과 재미난 입담으로 단박에 인지도를 끌어올려, 더민주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데 성공한 이철희 의원이 모범 사례다. 종편 출연 전·현직 의원들은 대부분 ‘유도 질문’을 하는 편파적 진행자에 맞선 ‘사이다’ 발언을 하길 꿈꾼다. (지난해 12월 말, 문재인 더불어 당 전 대표의 부산 사무실에서 발생한 인질극을 두고, “문 대표가 뭘 잘못했을까요”라고 묻는 <채널에이> 진행자에 맞서, 표창원 후보자가 2006년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면도칼 테러’를 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 사건도 박 대통령의 잘못이냐”고 역질문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고정 패널로 출연해 장시간 대화를 끌고 나갈 ‘입담’과 상대방의 비논리를 깰 수 있는 ‘논리정연함’을 갖춘 야당 의원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종편 진행자는 “종편이 여당 편향이라면 대통령 혹은 친박 수뇌부의 총선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켜 여당에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윤상현 녹취록’ 같은 걸 공개했겠느냐. 종편은 여당 편향이라기보다는, 오로지 ‘시청률’ 편향이다. 친야권 성향이라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데려다 쓸 텐데, 그런 사람이 잘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의원들이 종편에 출연하는 또다른 이유는 실질적인 ‘생계방편’이기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옛날엔 낙선한 의원들이 갈 ‘자리’들이 많았지만, 요샌 그런 자리들이 크게 줄었다.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적 자격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하면, 다음 총선 재도전보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시급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 낙선한 의원들은 각 대학의 석좌교수로 임용되거나 기업체 고문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 데다, 대학구조조정의 여파로 이런 일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종편 진행자의 경우 대개 회당 50만~100만원 정도, 패널 출연자들은 20만~3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얘기가 돈다. 1회 출연만으론 당장 생계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겹치기’ 출연을 하면 적잖은 돈이 된다. 참고로, 총선보도감시연대가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지난 총선 종편 최다 출연자로 꼽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총선 90일 전부터 35일 전까지 55일 동안 모니터링 대상 11개 프로그램에 총 88회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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