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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협력업체 대표의 '추석맞이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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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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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이 바닥나 아내 암 진단 보상금까지 갖다 썼는데 회사 문을 닫아야 하네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개성공단근로자협의회 사무실에서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업체인 홍진패션 정종탁(58) 대표는 “아내에게 면목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진패션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주고 남성 바지를 임가공한 뒤 국내 패션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다. 정 대표는 2009년부터 개성공단 기업에 100% 임가공을 맡겨왔다. 그동안 직원 7명을 두고 연 3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탄하게 사업을 해오던 그는 지금 회사 문을 닫을 처지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처 때문이다.

정 대표는 “개성공단에 있는 거래업체 2곳에 공급한 3억2300만원가량의 원부자재를 갖고 나오지 못했는데, 보상은 1억원 남짓밖에 받지 못할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거래업체 1곳의 개성 공장에 두고 온 6300만원어치 원부자재는 정부가 보상해준 70%에 해당하는 4500만여원을 받기로 했지만, 나머지 2억6천만여원의 원부자재는 4분의1인 6400만여원밖에 못받게 됐다. 통일부가 피해 실태 조사를 할 때 각종 원부자재 구입 세금계산서 등 증빙자료를 모두 입주기업에 주었으나, 통일부는 입주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수출면장에 실제 원부자재 선적량보다 적게 신고한 원부자재 양을 인정한 데다, 인정금액의 70%만 보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을 예상해 통일부에 원부자재 보상에 대해 입주기업 외에 협력업체도 함께 논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협력업체는 통일부가 관리하는 개성공단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안된다고 거절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거래업체에서 받을 원부자재 보상금도 이미 원부자재 납품업체들이 채권 가압류를 걸어놓아 한푼도 건지지 못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문량의 100%를 개성공단에서 만들어 납품하던 그에게 공단 폐쇄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이미 따낸 수주 건을 차질없이 납품하기 위해 급히 중국 임가공업체를 찾아 5억원 규모의 납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게 화근이 됐다. “중국 공장에 원부자재 8천만원어치와 임가공비 2억원을 주고 옷을 만든 뒤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데, 통관·운송비 등 4천만원이 없어 암에 걸린 아내의 암 진단 보상금을 가져다 썼어요.” 그런데 원청업체에서 받을 납품대금에 개성공단에 두고 온 원부자재의 공급업체들이 채권 가압류를 신청해, 결국 3억2천만원까지 추가로 날리게 됐다.

“정부가 개성에 두고 온 원부자재 보상만 실제 피해액대로 해주면 신용보증기금과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텐데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며 허탈해하는 정 대표에게 올 추석은 반갑지 않은 명절로 기억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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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완전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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