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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오늘의 서울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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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대이지만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이면서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의 시대이면서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면서 어두움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우리 모두 천국을 향했고, 우리 모두 정반대 방향의 지옥을 향했다.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 it was the age of wisdom, it was the age of foolishness, it was the epoch of belief, it was the epoch of incredulity, it was the season of Light, it was the season of Darkness, it was the spring of hope, it was the winter of despair, we had everything before us, we had nothing before us, we were all going direct Heaven, we were all going direct the other way)"(책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저)

언제 읽어도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소설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의 첫 문단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도시의 명암을 이보다 더 아름답게 문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캐롤’, ‘올리버 트위스트’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작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는 1859년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2억 부 이상이 팔렸다. 그런데 단순한 고전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150년 전에 출판되었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와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거울처럼 반영해 직시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두 도시 이야기'를 통해 경제학자들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양극화를 이야기하고, 도시 계획가와 건축가들은 21세기 대도시가 직면한 주택 문제, 공공 공간(public space)의 문제를 언급한다. 그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Brexit)’와 같은 정치 현안들을 조명할 때도 빼놓지 않고 이 소설이 언급된다. 왜 '두 도시 이야기'의 울림이 아직도 유효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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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는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이 되는 파리(Paris)의 심화되는 계급 불평등, 귀족 계급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 그로 인한 평민들에 대한 횡포, 그리고 궁핍한 파리 시민의 삶을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후, 혁명의 광기가 만들어내는 인간성의 상실과 야만적인 폭력의 어두운 단면을 드라마틱한 인물들과 사랑, 희생, 헌신 등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 속 대부분의 배경이 혁명이 일어난 파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제목을 ‘파리의 이야기’가 아닌 ‘두 도시의 이야기’로 했을까?

디킨스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소설을 썼다. 그는 이를 거울 삼아 런던이란 도시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19세기 중반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London)은 일찍이 성공을 거둔 산업혁명과 전세계에 걸친 방대한 식민지를 기반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번영의 이면에 커져가는 실업 문제, 빈부격차와 소득 불평등, (도시로 몰려든) 공장 노동자들의 처참한 근로 여건과 주거 환경 등으로 도시 내부는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었다. 부유한 중산층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의 경제적 몰락으로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며 참혹한 하층민의 생활을 디킨스 스스로 처절하게 경험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소설 속 대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파리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당시 런던의 문제를 마주보고 고쳐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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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에 대도시에 도착하면, 무리 지어 늘어선 집 집마다 자신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본다. 각 집안의 모든 방들 또한 스스로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수천만 개의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이 그 방안에 있다.( when I enter a great city by night, that every one of those darkly clustered houses encloses its own secret; that every room in every one of them encloses its own secret; that every beating heart in the hundreds of thousands of breasts there, is, in some of its imaginings, a secret to the heart nearest it.)"(책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저)

늦은 밤 인천 공항에 도착해, 서울의 도심으로 들어서면 디킨스가 표현했던 집집마다 간직한 비밀스런 심장과 같은 고층 아파트의 불빛을 느낄 수 있다. 인구 1천만 명이 모여 살고 있는 600여 년 역사를 가진 도시 서울. 한국의 경제성장을 대표하는 수도이며, 21세기 동북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를 꿈꾸고 있는 곳이다. 지난 600여 년의 세월 속에서 어느 때보다 부유함을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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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중산층의 붕괴와 소득 양극화 문제가 이 도시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찰스 디킨스가 서울의 오늘을 관찰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민중은 개돼지'라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한 고위 공무원의 입을 통해, 귀족 계급의 횡포와 도덕적 타락을 상징하는 소설 속 프랑스 후작 마르퀴스 에브레몽(Marquis Evremond)을 볼 것이다. 에브레몽은 파리의 빈민들을 향해 ‘개(you dogs)’, ‘돼지(pigs)’라고 소리지른다. 또한, 화물차 운전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후 매 값이라며 돈을 건넨 한 재벌 2세에게서도 에브레몽 후작을 볼 것이다. 에브레몽의 마차는 거리의 시민이 치이든 말든 상관없이 달려가다 한 소년을 치어 숨지게 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에게 사과 없이 금화 한 냥을 던지고 사라진다. 정작 사고를 낸 에브레몽은 못 느꼈겠지만, 이 사건은 대혁명의 전조가 된다. 아마도 찰스 디킨스가 가장 놀라고 슬퍼할 '서울의 이야기'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 사용한다는 빈곤층 여학생들 이야기일 지 모른다.

'두 도시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문제 제기와 해결책 마련을 위한 가치도 여전하다. 서울을 비롯한 소설 ‘두 도시 이야기’ 속 파리를 닮은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