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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들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를 변호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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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mployee poses for photographs with Samsung Electronics' Galaxy Note 7 new smartphone at its store in Seoul, South Korea, September 2, 2016. REUTERS/Kim Hong-Ji/File Photo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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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 사실들을 정리해보자.

1. 충전 도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한 사례가 전 세계에서 수십 건 신고됐다.
2. 삼성전자는 제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 리콜 방침 이후에도 ‘폭발’ 사례 신고가 계속됐다.
4. 미국 연방항공청이 기내 사용 금지를 권고했다.
5.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기내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다.
6. 미국 정부기구는 소비자들에게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7. 삼성전자는 뒤늦게 국내, 미국 등 전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소비자들에게 사용 중단 권고를 내렸다.


드러난 사실은 명확하다. 갤럭시노트7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검토 끝에 미국 정부가 ‘사용중단’을 권고하자 삼성전자도 뒤늦게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사용중단’을 권고했다는 것.

그러나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과감하고 신속한 리콜 결정 덕분에 모든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고, 도리어 ‘애플 편들기’에 나선 미국 정부의 ‘삼성 때리기’ 때문에 희생양이 된 삼성전자가 ‘과도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정말 그렇다.

허핑턴포스트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 언론들 보도 중 몇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모아봤다.

1. ‘폭발’을 ‘폭발’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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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 중 ‘폭발’이라는 단어를 쓰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피해자들이 ‘폭발’이라고 증언하고 있고, 연관 검색어도 ‘폭발’로 등록되어 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들도 ‘폭발(explosion)’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한국 언론이 용어 사용에 특별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로 봉합되는 듯했던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는 추가 발화 사고가 이어지고(...) (연합뉴스 9월11일)

배터리 자연발화로 전량 리콜이 발표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사용중지 권고가 잇따르면서(...) (파이낸셜뉴스 9월11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차고 화재, 5일 플로리다주 차량 화재 등 갤노트7 관련 화재 신고가 이어지자(...) (전자신문 9월1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양상으로(...) (세계일보 9월11일)


2. ‘중국산’ 배터리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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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초기, 언론에는 ‘중국산 배터리 때문일 것’이라는 식의 추측이 난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갤럭시노트7에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 중국 현지생산 배터리 팩 공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9월1일)

이번 사건은 중국산 배터리의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서는 문제가 된 배터리가 복수의 업체 것인지 혹은 단일 업체의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 (매일경제 9월1일)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산은 멀쩡한데, 삼성SDI 배터리만 문제가 생긴 것. 삼성전자도 삼성SDI 배터리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중국 ATL가 생산한 배터리 물량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3.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을 추켜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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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을 널리 인정받는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는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을 비판했다. 정부 당국에 관련 사실을 정확히 통보하고,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식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

자발적 리콜과 공식 리콜의 큰 차이 중 하나는 ‘강제성’ 여부에 있다.

자발적 리콜은 ‘알아서’ 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문제 원인을 스스로 분석하고, 발표하며, 어떤 후속대응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한다.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더라도 판매 자체가 금지되는 건 아니다. 판매를 막을 방법이 없다.

반면 공식 리콜은 정부 당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에 개입한다. 독립된 기관이 해당 내용을 조사·검토해 리콜 여부를 결정하고, 리콜이 결정되면 판매 금지와 회수 등의 조치를 해당 기업에 ‘명령’한다. 판매는 불법이 된다.

컨슈머리포트는 삼성전자가 리콜을 발표한 이후에도 해당 제품이 계속 판매되고 있는 사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자발적 리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 실제로 리콜 발표 이후에도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신고는 끊이지 않았다.

공식 리콜이 아니었던 탓에 관련 후속 조치에 있어서도 혼선이 빚어졌고, 대응은 그만큼 늦어졌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대응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자체 검토에 들어가야 했고, 대다수 항공사들은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눈치를 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국토교통부는 이틀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꿔 소비자들에게 갤럭시노트7의 기내 반입 금지를 권고했다. 삼성전자의 입만 쳐다보느라 대응 조치도 오락가락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통 큰 결단’을 옹호하며 ‘뭘 더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것. 만약 애플이었다면...

미 연방항공청(FAA)이 8일 갤노트7의 항공기내 사용 금지 권고를 내린 데 이어 하루 만에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나서 전원을 꺼두고 사용이나 충전을 말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한 채 전량 리콜을 결정한 상황이라서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사설 9월11일)

삼성전자는 `전량 리콜`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미국 당국의 과도한 각종 대응에 논란이 재점화된 양상이다. (전자신문 9월11일)


4. 미국 정부가 '삼성 때리기'에 나섰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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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1일과 12일, 약속이나 한듯 ‘미국 보호무역주의’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왔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애플을 보호하기 위해 과잉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졸지에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최대 경쟁사인 미국 애플의 아이폰7 신제품 공개 시점과 맞물리면서 미국 정부 움직임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 9월11일)

일각에서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 대한 과도한 불안 조장의 이면에 미국 당국의 자국기업 보호 의도가 숨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인 애플이 반사이익을 얻도록 하려는 전형적인 미국의 자국기업 보호 논리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9월11일)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자국산업 보호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표 기업인 '애플'에 대한 고려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이런 가운데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터졌고, 미국 정부가 앞장서 삼성전자에 강한 조치를 취하면서 애플 보호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뉴스1 9월11일)

항공기 내 안전을 위해 기내 사용 중단을 권고한 각국 항공 관련 부처를 제외하면 리콜 결정권을 가진 정부 기구가 사용 중단을 권고한 것은 현재까지 미국이 유일하다. 2006년 '소니 배터리 리콜' 사태의 연결선 상에서 미국 정부의 자국산업 보호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과 일맥상통하는 조치란 관측이다. (머니투데이 9월12일)

미국의 정부기관이 앞장서 노트7의 '사용 중단'을 권고한 데 대해 삼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태의 빌미는 삼성전자가 제공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결과적으로 애플 등 자국(自國)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9월12일)


참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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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강력한 안전 관련 규제등이 늘 언급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제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미국에서 벌벌 떠는 건 이런 강력한 소비자보호 제도 때문이다.

입법·사법·행정 자체가 미국에선 기업이 소비자 보호를 서둘러 과감히 하는 게 이익이고, 한국에선 회피할수록 이익인 구조다. 다국적기업들이 한국에선 한국식대로 무시하고 배짱을 부려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도 없다. 그러니 이익 추구가 목표인 기업들이 미국과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도, 소비자로 보호받은 기억이 없는 소비자들이 이기적이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중앙일보 칼럼 7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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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언론들은 삼성전자 리콜 사태가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결과라는 ‘정황 증거’ 중 하나로 일본 업체들의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도요타 급발진 리콜 사태, 소니 배터리 리콜 사태 등이다.

그러나 GM이나 포드 같은 미국 회사들도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으며 휘청거렸던 사례가 있다.

몇 달 전 미국 법원은 존슨앤드존슨에 600억원 넘는 징벌적 배상을 판결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비자 보호 원칙 앞에서는 국적도, 예외도 없었다는 뜻이다.

참고로 한국 언론들은 ‘미국에서는 안 그러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소비자들을 만만히 본다!’고 분개(?)하며 옥시(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배출가스 조작), 이케아(서랍장 리콜) 등을 맹렬히 비난해왔다.

삼성전자는 예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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