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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말싸움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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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이름을 들으면 무엇인가 묵직한 느낌이 들곤 한다. ‘국가’나 ‘법률’, ‘향연’ 같은 플라톤 저작들은 언젠가 들어본 듯싶지만, 선뜻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어지간한 사전보다 두꺼운 책들도 있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생각이 내 삶과 상관 없다는 선입견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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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플라톤의 저작들이 지루하고 무겁기만 하다고 느끼는 것은 편견일 확률이 높다. 플라톤의책은 여타의 철학책과 달리 가벼운 대화체로 되어있다. 게다가 진지한 대화라기보다 ‘말싸움’인 경우가 많다. (다소 양심에 찔리긴 하지만) 싸움 구경만큼 흥미로운 것이 있을까?

지금부터 플라톤의 책 속에 등장한 재미있는 ‘말싸움’ 장면들을 만나보자. ‘그 어려운 철학책에 이런 장면이 등장한단 말이야?’라고 느낄 수 있다면 성공이다. 그 후 서점에서 플라톤 책을 만나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1. 책 ‘고르기아스’ – 소크라테스 vs 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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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스 : 제가 아니라고 했다고요? 저는 분명히 행사한다고 했습니다.
소크라테스 : …에 맹세컨대 자네는 아니라고 했네. 큰 힘을 행사하는 것이 힘을 행사하는 자에게 좋은 것이라고 자네가 말했으니까.
폴로스 : 당연히 그렇게 말했죠.
소크라테스 : 그런데 지성을 갖지 못한 자가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한다면, 자네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것을 두고 자네는 큰 힘을 행사한다고 말하나?
폴로스 : 아니요,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말싸움)…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어떻게 연설가들이나 참주들이 나라에서 큰 힘을 행사할 수가 있겠나? 소크라테스가 폴로스에게 논박당하여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다고 밝혀지지 않는다면 말일세.
폴로스 : 이 양반이…! / … “
(책 ‘고르기아스’, 플라톤 저)

이 장면은 소크라테스와 폴로스가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논쟁의 일부분이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소크라테스에게 폴로스가 ‘이 양반이…!’하고 흥분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말싸움에는 ‘이 양반이!’가 나와야 제 맛 아닐까?

2. 책 ‘국가’ - 소크라테스 vs 트라시마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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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에도 트라시마코스가 여러 차례 논의에 끼어들려고 했었네…그는 더 이상 잠자코 있지 못하고, 마치 야수처럼, 혼신의 힘을 가다듬어 찢어 발기기라도 할 듯이 우리한테 덤벼오더군. 그래서 나도 폴레마르코스도 무서운 나머지 겁에 질려 버렸네. 그는 우리한테 소리를 지르며 말했네. “두 분께서는 아까부터 무슨 그런 허튼 소리에 매달려 있지요, 소크라테스 선생? 그리고 두 분께서는 대관절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로들 양보하면서 어리석은 짓들을 하고 계시죠? 하지만 선생께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로 알고자 하신다면, 묻기만 하시지도, 또한 누가 무슨 대답을 하면 그걸 논박하고서 뽐내려고만 하지도 마세요…주장하시는 바를 분명히 그리고 정확히 해 주세요. 그와 같은 실없는 주장을 하신다면, 저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요.”…”(책 ‘국가’, 플라톤 저)

이 장면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폴레마르코스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던 트라시마코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끼어드는 장면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크라테스의 이른바 ‘산파술’식 대화법을 트라시마코스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말싸움을 막 시작한 사람의 흥분 그리고 열의가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만 같다.

3. 책 ‘국가’ - 소크라테스 vs 트라시마코스 2차전

“…”들으십시오! 저로서는 올바른 것이란 ‘더 강한자의 편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한데, 선생께서는 왜 칭찬을 해 주시지 않죠? 그러고 싶지 않으신 게로군요.” 그가 말했네. “우선 선생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나 알고서 해야겠소. 아직은 그걸 모르겠기 때문이오. 선생은 더 강한자의 편익이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하오. 한데 트라시마코스 선생, 도대체 그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오?..” 내가 말했네. “소크라테스 선생, 선생께선 정말이지 진저리나는 분이십니다. 역시 선생께선 제 주장을 최대로 곱새기는 방식으로 이해하십니다.” 그가 말했네. “여보시오, 천만의 말씀이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나 좀더 분명히 말하시오.” 내가 말했네…”(책 ‘국가’, 플라톤 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나누던 두 사람은 또 다시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트라시마코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선생께선 정말이지 진저리 나는 분’이라는 말을 던지고 소크라테스는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나 좀더 분명히 말하’라고 이야기한다. 대화의 수준이 이 정도에 이르면, 둘은 더 이상 안 볼 사이라는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연 이 논쟁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