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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진해운 사태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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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IN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해운동맹 'CKYHE' 소속 선사 등 국내외 주요 선사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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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지구상 곳곳에서 압류가 벌어지고, 물류대란도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다양한 직간접적인 지원책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해결방향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지구촌 곳곳에서 횡행하는 압류 사태부터 보자. 왜 한진해운이 애초에 미국에 정식으로 연방파산법 제11장 절차를 신청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진해운은 미국 영토 내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신청자격이 있다. 만일 8월31일에 미국에서 제11장 절차를 신청했다면 그 즉시로 자동적인 자산보전 처분(소위 ‘자동중지’ 조항)의 혜택을 ‘전세계적’으로 누릴 수 있었다. 그랬다면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 등 일부 채권자를 제외하고는 현재와 같은 압류 사태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진해운은 나중에 미국에 제15장의 보조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은 미국 법원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또 이 때의 보전처분 혜택은 미국 영토 내에만 효력을 미칠 뿐이다.

다음으로 대주주인 한진그룹과 정부,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먼저 대주주와 총수 책임 부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는 원칙적으로 출자분에 한정하여 손해를 부담할 뿐 반드시 신규 자금지원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다른 이유가 없는 한, 대주주를 불필요하게 압박하는 것에는 반대다. 이런 식으로 대주주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다 보면 나중에 거꾸로 법에도 없는 총수의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 기업질서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 간에는 어떤 관계도 남아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한진그룹의 계열사들은 한진해운의 특수관계인으로 지난 1년 동안 한진해운의 여러 자산을 사들였다. 이 자산들이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긴요한 것인데 매각된 것인지, 또 그 거래가격은 적정한 것이었는지는 법원과 채권자가 반드시 들여다보아야 할 부분이다. 만일 이 거래가 회사의 회생에 손해를 끼쳤다면 부인권 행사와 형사적 처리를 검토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역할이다. 한진해운을 회생시키건 청산시키건 간에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을 지원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급속히 위축되는 노동시장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제공 역시 정부의 책임이다. 보다 어려운 부분은 신규 자금의 공급 부분이다. 한진해운이 보전처분 하에서 조업하려면 당연히 현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디에선가는 이 현금이 들어와야 한다. 대주주를 압박하는 것이 앞에서 밝힌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진해운을 죽일 것이라면 신규 자금을 단 한 푼도 지원할 필요가 없지만, 만일 어떤 이유로 한진해운을 살릴 것이라면 신속하게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 대주주와 불필요하게 옥신각신할 필요 없이 국책은행을 동원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법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사건은 그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사안 자체도 국제도산의 대표 사례가 될 만큼 복잡하다. 법원은 모든 채권자의 이해를 살피며, 한진해운의 회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 준거로 삼아 법정관리 절차를 관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당하게 사실상의 경영권을 행사하다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채권단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법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섣불리 실적에 급급하여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이 떠먹여 주는 방안을 덥석 삼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성인(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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