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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두고 모두가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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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IN
The 'United Kingdom' vessel of the Hanjin shipping company is stevedored at the harbour in Hamburg, Germany, Wednesday, Oct. 29, 2014. (AP Photo/Michael Sohn)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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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시작된 글로벌 물류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의 절반 가까이가 입항을 거부당하거나 압류되는 등 발이 묶였다고 보도했다:

4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68개 선박의 발이 묶였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141척) 중 48.2%다. 입항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대기 중이거나 일부는 압류됐다. 주요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입·출항을 금지하거나 하역 관련 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는 등의 이유로 작업을 거부해서다. 이런 항만이 23개국 44곳에 이른다. (중앙일보 9월 5일)

운송을 하는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자연스레 운송을 맡긴 기업에게도 미친다. 중고거래에서 입금을 확인한 후 택배를 보냈는데 갑자기 택배 회사에 문제가 생겨 중간에 배송이 막힌 상황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최소한 현재 배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배송을 끝마쳐야 (배송을 맡긴 기업들의) 2차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결코 만만치 않다. 매일경제는 한진해운이 지금까지 지불하지 않은 하역·운반비 및 장비 임차료 등이 총 37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법원 측은 한진해운의 자금 상황으로는 항만 이용료와 하역비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채권단 등에서 신규자금 지원을 위한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면 이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채권단은 8월 30일 한진해운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며 신규자금지원을 거부했고 이로 인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은 일제히 정부의 부족한 대응을 질타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예상됐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주주인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에 책임을 떠넘기고 어떤 대비책도 준비하지 않다가 지난 31일에야 겨우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다. 석 달 동안 손 놓고 있었던 정부의 무사안일이 한진해운 사태를 속수무책의 물류 대란으로 키웠다. (조선일보 9월 5일)

대주주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업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1위 해운사를 법정관리로 보내는 결정을 할 때는 예상되는 문제들을 면밀히 살펴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야 했다. 해운업계도 법정관리로 예상되는 피해 상황과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후폭풍을 경고해왔다. 지난 4월부터 ‘법정관리설’이 나왔으니 그동안 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 9월 5일)

그러나 작금의 물류대란은 기본적으로 한진해운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당연히 한진해운에 있고 여전히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계열사"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한진그룹이 물류 대란 해결에 나선다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채권단이 한진 측에 이미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진그룹의 책임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정부의 책임을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문에 지금 들려오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의 아우성은 어느 정도는 한진해운의 '언론 플레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한진해운이 거칠 구조조정에서 최대한 부담을 정부에게 떠넘기고 국민 세금을 부담시키려는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 읽을 수 있는 한진그룹의 태도를 보라. 과연 이것이 책임있는 기업의 모습일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법정관리 직전 한진해운으로부터 아시아 항로 운영권, 부산신항만, 베트남 터미널 등 '알짜 자산'을 사들인 (주)한진이 담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진 관계자는 "담보가 될 만한 자산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을 검토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9월 5일)

이쯤에서 한국에서 왜 구조조정이 더딘지에 대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지적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무엇 때문인가?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도와주는 것을 주주, 채권자, 직원, 정부, 심지어 국회마저 모두 당연시 하기 때문이다.

일반주주는 물론이고 지배주주마저 자기 권한을 유지하려고 버틴다. 경영은 자기들이 잘못해 놓고, 직원들은 적자가 나는 회사에서 높은 월급은 유지하면서도, 자기들이 무너지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대규모 실업이 난다는 등 거의 협박을 한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통한 구제 금융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산업은행을 통한 간접적 구제금융을 선호한다. 미봉책만 남발하게 된다. 그러면서 실제적인 구조조정은 차일피일 늦어져만 가고, 일반 채권자들은 빠져나가고 정부 은행의 대출만 늘어난다. (주진형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 4월 26일)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이었다가 2009년 파산 신청을 하는 수모를 겪은 후, 2013년 구조조정을 완전히 졸업한 제너럴모터스(GM)의 사례는 구조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선일보의 김기천 논설주간은 그 핵심을 ①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해당기업 경영자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②주주, 채권자, 노동자 모두가 손실부담 ③지원한 공적자금에 대한 지분만 획득한 다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조기에 지분을 매각하여 공적자금을 회수한 정부로 요약한다.

정부의 미비했던 대응도 비판의 대상이고 국내 1위, 세계 7위의 국적 선사의 위기(그리고 그로 인한 외국 해운사의 영향력 강화)도 우려할 만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모든 '대란'의 시발점은 한진해운의 방만한 경영에 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향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GM과 같은 모범 사례를 참고하지 못하면 16년 전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하여 겨우 살려놓고서 또다시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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