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다음 침공은 어디' - 마이클 무어가 전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마이클 무어의 영화에서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통렬한 풍자, 무리수를 감수하고서라도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 무모함, 한 번 물면 대상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물어뜯는 공격성. '볼링 포 컬럼바인'과 '화씨 911', '식코'등의 작품에서 그는 종종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넘어서며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에 대한 찬사만큼, 비난도 많았지만, 마이클 무어는 개의치 않았다. 또한 그의 작품을 보는 우리도 개의치 않았다. 그의 공격성이 바로 그 시대 사람들에게 매우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the
 
마이클 무어의 신작인 '다음은 침공은 어디?' 또한 제목만 보면 이라크에 이어 새로운 공격대상을 찾는 미국에 대한 풍자극으로 보인다. 역시 이 작품에서도 마이클 무어는 직접 뛰어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자원도 약탈하지 않고 석유도 뺏지 않는 방식"의 공격을 감행한다. 미국에 산적한 온갖 사회문제들(한국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클 무어가 직접 다른 나라의 아이디어를 뺏어온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이다. 
 
마이클 무어는 여전히 자신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듯 연기하지만, 사실 이 영화의 그는 전 세계의 진기명기를 탐방하는 여행객에 가깝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아이슬란드까지 9개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마이클 무어는 언제나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그 나라에서는 마이클 무어가 살아온 세계의(한국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온갖 기행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무어식의 ‘세상에 이런일이?’랄까? 그가 여행을 하는 동안 맞닥뜨린 대표적인 '헛소리'는 아래의 6개다.  

  • 1. 이탈리아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을 주는 달이 있다. 
    판씨네마


    사람들은 이 월급을 '13월의 월급'으로 부른다. 12월에 받는 추가급여다. 연말정산으로 받는 그건 돈이 아니다. 매월 받던 월급 전액이 나온다. 이 돈은 1년에 유급휴가가 8주씩이나 되는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왜냐고? 매월 월급을 받아 생활비로 쓰는데, 무슨 돈으로 휴가를 가냐는 게 이곳의 논리다.” 마이클 무어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마치 방금 섹스를 끝낸 얼굴처럼 보였다”고 하는데, 8주의 휴가와 추가 월급으로 1년 내내 ‘섹스’를 한 것 같은 얼굴로 살 수 있다니 꽤 효과적인 투자로 보인다.
  • 2. 프랑스의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이 피자와 콜라로 점심을 먹을 때, 그보다 적은 돈으로 4코스 성찬을 먹는다. 
    판씨네마


    마이클 무어는 프랑스 학교 내에 탄산음료 자판기가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란다. 시 당국은 학교와 함께 직접 아이들의 식단을 관리하고, 아이들에게는 매일 4코스 정도의 식사가 제공된다. “가장 가난한 동네의 가난한 학교”에서도 ‘허브를 곁들인 대구살’, ‘소고기 스튜’같은 음식이 나온다. 다. '식사'도 교육이라는 게 이들의 방침.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법을 배우며 건강한 음식의 종류와 맛에 일찍부터 눈을 뜬다. 그렇게 길들여진 입맛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질 것이다. 
  • 3. 핀란드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학교를 덜 가면서 더 잘 배운다.
    판씨네마


    핀란드 학교에서는 ‘숙제’가 없다. 있어도 10분 정도면 끝내는 양이다. “‘숙제’라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거예요.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할 일이 많거든요. 친구들과 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운동도 하고, 음악도 하고, 책도 읽어야죠.” 서구 전체에서 일 수업시간과 학년이 가장 짧지만, “학생들의 교육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제빵, 음악, 미술 등등 아이들의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건, 무엇이든 배우게 한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교육'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업이 일체 금지되어 있다. 모든 학교가 공립학교이고, 그래서 이 나라에서는 명문학교가  없고, 8학군이 없다. 어느 학교나 똑같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학교가 제일 좋은 학교”다.
  • 4. 포르투갈에서는 마약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더니, 마약 복용자가 감소했다 
    판씨네마


    ‘마약과의 전쟁’에 이길 수 없었던 포르투갈 정부는 ‘마약’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는 시도를 했다. 헤로인, 대마초, 필로폰 모두 다 말이다. “지난 15년 간 마약 복용으로 체포된 사람이 없었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 중 10%만이 사고를 저지르고 나머지 90%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살 뿐이라는 논리다. 그런데도 포르투갈에서는 마약 복용자가 줄었고, 그래서 그로 인한 다른 범죄도 감소했다.

    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의 배경에는 무상의료제도가 있다. "마약은 자신을 해치는 일이지,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니다"라고 규정한 포르투갈에서 '마약 중독'은 범죄가 아니라 질병이다. 그리고 누구나 이 질병을 전국민 무상의료제도를 이용해 관리받을 수 있다. 
  • 5. 노르웨이의 교도소는 재소자에게 칼을 주었더니, 재범률이 감소했다. 
    판씨네마


    마이클 무어는 살인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재소자들이 마음껏 칼을 사용해 요리를 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한다. 재소자들은 칼을 마음껏 사용하지만, 간수들은 총을 갖고 있지 않다. 모범수들이 사는 교도소가 아니라, 가장 엄정하다고 소문난 교도소에서도 재소자들은 1인 1실의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감방에는 침대와 책상, TV, 혼자 쓸 수 있는 세면실이 있다. 또한 재소자들은 미술과 철학 수업등을 듣고, 음악을 공부한다. 이러한 정책을 취한 결과 노르웨이의 재범률은 세상에서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 6. 튀니지는 이슬람 국가인데도, 여성의 피임을 지원한다. 
    판씨네마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모든 게 투쟁의 결과였다. 튀지니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여성보건소가 곳곳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피임약뿐만 아니라 낙태시술도 지원한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원칙하에 시행되는 제도다.

    모든 게 투쟁의 결과였다. 독재자가 물러난 후 튀니지는 헌법에 ‘남녀평등’ 조항을 넣었고, 이 사안이 통과될 때는 튀니지 보수 이슬람정당도 힘을 보탰다. “국가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강화 및 신장하는 데 힘쓴다. 국가는 모든 직책과 모든 분야에서 남녀의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는 선출직에서 남녀 동수 의원단을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국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근절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등이다.


마이클 무어가 이같은 여행을 시도한 이유는 그가 여행 중에 만난 튀니지의 여성 언론인의 말을 통해서 드러난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전혀 궁금해하는 것 같지 않아요. 미국 사람들은 매우 심한 리얼리티쇼를 자주 본다면서요? 그러지만 말고 인터넷을 좀 제대로 이용 하세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봐야 해요.” 마이클 무어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비판한 '식코'에서 이미 쿠바를 직접 찾아가 그 나라의 무상의료보험제도를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이 설정은 마이클 무어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사실 그의 영화에는 매우 익숙한 비판이다.)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도 이런 태도가 달라진 건 아니다. 그는 이번에도 미국인들이 제발 다른 나라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을 한다. 하지만 그런 갖가지 복지제도 이면의 문제점은 감추고 있다.

the

그런데도 ‘다음 침공은 어디?’가 마이클 무어의 전작과 다른 느낌의 영화라면, 그건 그가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여행을 기획했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지키는 노동절은 사실 1800년대 후반 시카고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자신도 대학시절에는 사실상 등록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것.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헌법에 양성평등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 말하자면, '다음 침공은 어디?'는 언제나 미국 사회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해온 마이클 무어의 첫번째 '국뽕'영화다. 미국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한 다른 나라의 제도들은 사실 원래 미국의 것이었으니 미국은 그만큼 위대한 나라이며, 그래서 지금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영화를 한국의 극장에서 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고, 기가 찰 수 밖에.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관련기사
- 마이클 무어가 말하는 성공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13가지 비법

toronto(이미지를 클릭하면 관련 기사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