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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가 이탈리아 지진 희생자를 '파스타'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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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대를 강타한 강진으로 300명 가까운 주민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지진 희생자들을 파스타 요리로 묘사한 만평을 선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9월 2일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이날 발간된 잡지에 '이탈리아식 지진'이라는 제목 아래 지진 희생자들을 세 종류의 이탈리아 파스타로 그린 만평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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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만 입은 채 피를 뒤집어 쓰고 있는 남성은 '토마토 소스 펜네'로, 그 옆에 지진의 잔해가 여기저기 묻은 여성은 '펜네 그라탕'으로 표현했다. 펜네는 펜촉 모양의 파스타이고, 그라탕은 치즈나 빵가루를 뿌린 요리를 의미한다.

아울러 만평 한편에는 지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중첩된 라자냐도 그려 넣었다. 라자냐는 얇게 편 밀가루 반죽 사이에 토마토 소스와 잘게 간 고기가 들어간 요리다.

샤를리 에브도는 또 "이탈리아에서의 지진으로 약 300명이 죽었다"며 "지진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라고 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만평을 접한 이탈리아인들은 즉각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희생자가 나온 이탈리아 중부 아마트리체 시장 세르지오 피로치는 "불쾌하고 당황스럽다"며 "재난이나 사망자를 풍자의 소재로 삼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월 로마 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탈리아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당 소속의 조르지아 멜로니는 "풍자가 아니라 쓰레기"라고 비판했다.

작년 1월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만평에서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했을 때 소셜 미디어에 '내가 샤를리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연대감을 표명했던 많은 이탈리아인들도 이번 만평에 분노하고 있다.

이탈리아 트위터,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끔찍하고, 고약하며, 망자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나는 더 이상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논란이 커지자 성명을 내고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프랑스의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번 지진은 엄청난 비극으로 우리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샤를로 에브도는 이런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사의 페이스북에 보란 듯이 또 다른 지진 만평을 올려 논란을 부채질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이 만평에서 지진 현장의 잔해에 반쯤 묻힌 사람을 등장시킨 뒤 "이탈리아인들이여, 당신들의 집을 지은 것은 샤를리 에브도가 아니라 마피아야!"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탈리아에서 종종 건설 사업에 마피아가 개입하고 있는 것을 비꼰 것으로, 이번 지진에서도 내진 보강에 할당된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평이 게재되자 샤를리 에브도 페이스북 계정에는 순식간에 1만6천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탈리아인이 주로 남기고 일부 프랑스인들도 가세한 댓글에는 간혹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동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댓글에서는 "만평이 도를 넘었다"는 불쾌감이 묻어났다.

한 이탈리아인은 "이번 지진 지역에서 무너진 집들은 대개 지은 지 몇 백 년이 된 낡은 건물들로 마피아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며 "만평을 그리기 전에 사실을 잘 알아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탈리아인은 "이탈리아 집이 마피아 때문에 무너졌다면, 프랑스가 연달아 테러를 당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당신들의 정보기관이나 풍자하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