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임신의 날' 캠페인 때문에 욕먹고 있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평행이론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이탈리아 정부가 심각한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해 '임신의 날'(Fertility Day) 캠페인을 펼쳤다 제대로 욕을 얻어먹고 있다.

CBS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부는 오는 22일을 '임신의 날'로 정하고 이번 주부터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전개 했다.

아래는 이탈리아 보건부, 즉 이탈리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포스터다.

italia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생식에는 나이가 있어요"

italia

"서둘러! 황새를 기다리지 마"

italia

"젊은 부모. 가장 창조적인 방법"

이탈리아는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다. CBS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지난해 출산율은 1.39 명으로 유럽 최저. 아시아의 한국은 1.24로 OECD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남녀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으면(출산율 2) 인구가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출산율이 2가 넘지 않으면 인구는 감소 추세에 들어서는 것.

그러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이용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런 보건부의 홍보가 여성을 비하할 뿐 아니라 난임 부부, 일자리가 없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청년층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콰츠는 이탈리아의 법은 충분한 출산 휴가를 보장하지만, 대다수 여성이 출산휴가를 신청하면서 '백지 사표'를 제출해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백지 사표는 사용자 측에서 근로자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사표를 말한다. '경단녀'(출산 등의 사정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라는 말을 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39.2%로 유럽연합(EU)에서 그리스, 스페인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청년 실업은 문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년 대비 청년실업자 수 증가폭(1만3000명)은 터키(7만4000명)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으며 전년(9.0%)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9.2에 달했다.

italia

"임신은 공공의 이익입니다"

출산율이 떨어진 국가에서 감수성이 떨어지는 건지 감수성이 떨어진 국가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lotte

작년에는 우리나라도 한국생산성본부가 주최한 한 공모전에서 '외둥이는 누런 떡잎'이라는 출산 장려광고가 금상을 받아 외둥이와 외둥이를 키우는 부모 그리고 다양한 이유로 출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준 바 있다.

kcp

프레시안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성신여대에서는 저출산 관련 특강에 참석한 여대생에게 '행복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출산 서약서'를 쓰게 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산율이 낮은 두 나라가 현실적으로 아이를 낳을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출산 장려 캠페인에서까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을 싹 사라지게 하는 이유는 뭘까?

이와는 다르게 1.6명 대의 저출산율로 고통받는 덴마크의 일개 여행사는 '나라를 위해 섹스를 해주세요'라는 광고를 내보내 세계적인 관심을 끈 바 있다.

d

d

당연한 얘기지만 '생식은 공공의 이익입니다'라는 이탈리아의 광고와 '나라를 위해 섹스해 주세요'라는 덴마크 여행사의 카피 사이에는 하해와 같은 간극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이해하는 환경과 문화가 조성되면 아마 많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할 것이다.

한편 캠페인을 기획한 보건부의 로렌친 장관은 이에 대해 "'생식의 날'은 안전한 성관계부터 불임 치료에 이르기까지 생식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캠페인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작년에 출생한 아기는 48만8천명에 그쳐 1861년 공화정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