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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위기탈출 비법은 '찍어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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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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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기간 불리한 국면 때마다 걸림돌이 되는 특정인을 찍어내는 것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정보가 동원되기도 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수사 책임자였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낙마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선 직전 드러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집권 1년차 국정은 수렁에 빠졌다. 그해 4월 채동욱 검찰총장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그러자 9월 <조선일보>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채 총장은 ‘검찰 흔들기’라며 버텼지만, 법무부가 채 총장 감찰을 지시하자 결국 물러났다. 채 총장 사퇴 이후 댓글수사팀은 위축됐고 소속 검사들은 좌천당했다. 박 대통령은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몇몇 검사를 쳐내면서 검찰 조직 전체를 길들이는 효과를 봤다.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효상 조선일보 국장에게 채 총장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당사자들은 부인했다. 두 사람은 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이와 별도로 당시 국정원 송아무개 정보관은 채 총장 아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상태다.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보도를 ’박 대통령 임기 후반기 식물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정권 흔들기로 규정한 것이다. 이후 우 수석 의혹을 조사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문화방송>(MBC)을 통해 보도됐다. 청와대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기자에게 감찰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을 ‘국기문란’이라고 했다. 검찰은 29일 이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고, 이 감찰관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도 ‘청와대 또는 사정기관 개입설’이 나돌고 있다. 조선일보는 30일 이석수 감찰관과의 통화내용을 일부 기자들만 공유했다며, 도청·해킹 가능성을 언급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의원이 터뜨린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호화 접대 의혹 관련 자료 출처도 의문에 싸여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청와대·국정원·검찰에서 받은 게 아니다”라면서도 출처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당내 권력싸움에서도 특정인 찍어내기 방식을 사용하며 친박계의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해온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지목했다. 국회의 정부 견제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야당과 합의한 게 빌미가 됐다.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친박계 의원들이 그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도록 압박했고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는 등 비박 세력이 결집하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 이후 당내에서도 대놓고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박계 구심점은 약해졌고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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