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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회자되는 소설책 속 '작가의 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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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를까? 아시아뉴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2~30대 직장인들은 좋아하는 작가의 도서 위주로 선택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고, 40대 이상 직장인들은 서점 또는 전문기관에서 추천하는 도서 목록을 참고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1/4을 차지했다.

대개는 책을 살 때 작가가 누구인지를 보고, 목차를 살펴본 후, 관심이 가는 구절을 찾아 읽어본 후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작가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봐야 할 곳이 책 표지 뒷면에 있는 ‘저자 소개’가 아니다. 책의 처음 혹은 말미에 위치한 ‘작가의 말’이 중요하다. 그곳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핵심이 담겨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밝히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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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작가의 말’에 주목해 보면 어떨까? 그곳이 흥미롭게 읽힌다면 책 전체가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1.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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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야기는 정말로 당신의 이야기일까? 당신이 꾸고 있는 꿈은 정말로 당신 자신의 꿈일까? 그것은 언제 어떤 악몽으로 변해버릴지 모르는 누군가의 꿈이 아닐까?” (책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저)

1995년 3월 20일 도쿄의 지하철에서 무차별 테러가 일어난다. ‘사린가스’를 이용해 지하철 내부를 초토화시킨 이들은 ‘옴진리교’의 일부 교인들이었다. 이 책은 ‘사린가스’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옴진리교 교인들에 대해 분노하고, 피해자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할 수 있는 1차적인 반응이다. 그러다 작가의 말을 읽게 되면 무언가에 맞은 듯 멍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이상해서’ 사이비 종교를 믿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사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고, 이미 어느 정도는 그런 성향마저 보인다는 사실을 아주 명백하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2. 김훈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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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책 ‘남한산성’, 김훈 저)

‘남한산성’은 역사적인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의 서술에서 배제되는 개인의 이야기가 잘 담겨있는 소설이다. 김훈 작가의 다른 작품인 ‘칼의 노래’ 역시 그런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이 작가의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모순된 문장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왕족과 높은 벼슬을 가진 이들 때문에 생활을 빼앗긴 성 안 백성들의 어려움과 감정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후 임금과 대신들의 개인적인 감정과 내적 갈등이 묘사되기 시작한다. 김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고통 받는 자들’은 신분이나 지위 고하에 관계 없이 성 안의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 편도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구의 편도 아니면서, 고통 받는 자들에게는 관심을 갖는 작가! 그러기에 작가의 말은 의심의 여지 없이 맞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씩 곱씹어 보게 되는 문장이다.

3. 박완서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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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저)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라면 글을 상당히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경우 박완서 작가는 쓰는 동안 상당히 진을 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더불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일 수 있다. 어둡고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살아온 작가의 담담한 회고가 오히려 더 마음을 울린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이렇게 툭 내뱉은 듯한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마음을 담고 있을지 이 책의 본문을 읽지 않으면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