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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왜 매번 북한에 대해 말을 바꾸는 걸까? 그 이유는 정부가 제일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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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간부들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참관 후 기뻐하고 있다. | KC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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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의 질의응답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바로 몇시간 전, 연평도 해역에 북한 주민이 떠내려왔다는 속보가 있었기 때문에 한 기자가 이에 대해 질문하자 정준희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 일이 스포츠중계 하듯이 이렇게 건건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뜻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불과 4개월 전 4·13 총선을 닷새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던 바로 그 정준희 대변인이 할 말은 결코 아니다. [관련기사]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긴급발표', 청와대가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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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정준희 대변인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말을 바꾸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의 이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시험 성공 때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넉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SLBM 발사시험에 대해 '공중점화 쇼'라고 폄하하더니 지난 24일 북한이 마침내 SLBM 발사시험에 성공하자 말을 바꿨다. [관련기사] SLBM 발사 성공으로 북한은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군 정보당국은 지난해 5월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콜드론칭’ 기술과 비행제어 기술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올해 4월 북한이 기습 발사한 SLBM이 30㎞를 비행했을 때도 “최소 사거리 30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공중점화 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북한의 SLBM 발사 성공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의 막무가내식 속도전’ 때문이라면서 북한의 능력을 폄훼해서는 안된다고 말을 바꿨다. (경향신문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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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잠수함에 탑재되는 SLBM을 바라보는 모습

북한의 가장 강력한 대남 위협으로 손꼽히곤 하는 장사정포 또한 마찬가지다. 예비군 훈련 등지에서 안보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유명한 '서울 불바다'나 '개전 초기에 시간당 3천~1만 발을 발사하고...' 등의 표현으로 무시무시하게 묘사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5년 넘게 국방부 대변인을 하다가 중앙일보의 군사전문기자로 복귀한 김민석 기자의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평가가 단 이틀 사이에 어떻게 변하는가를 살펴보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휴전선과 불과 40㎞ 떨어져 있을 만큼 가깝다. 그래서 탄도미사일보다는 방사포로 인한 위협이 더 크다. (중략) 북한은 장사정포 1000여 문 가운데 300여 문을 서울 북방에 집중 배치하고 있고 유사시 시간당 수만 발을 수도권에 쏟아부을 수 있다. (중앙일보 7월 12일)

한·미 군 당국은 유사시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하더라도 그 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방사포 등 장사정포와 스커드 미사일이다. 하지만 장사정포로는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없다.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은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의 벽체를 뚫기가 쉽지 않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떨어진 포탄을 분석해 검증한 사실이다. 더구나 이 포탄이 빌딩·아파트의 지하주차장까진 뚫고 들어오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중앙일보 7월 14일)

비록 이제는 국방부 대변인이 아닌, 현직 기자의 글이긴 하나 이는 군의 오락가락하는 북한 위협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북한 장사정포의 실질적인 위력에 대한 회의론은 2004년부터 제기돼 왔던 것이다. 북한 군사위협은 이미 핵을 중심으로 한 대량살상무기로 옮겨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군은 장사정포를 비롯한 재래식 위협에 얽매여 있다는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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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장거리 포병대 훈련 모습

왜 정부는 계속 말을 바꾸는 걸까? 경향신문은 정보 분석에 '정치적 고려'가 앞서는 것이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군 정보당국의 이런 ‘왔다갔다식’ 정보 분석 뒤에는 ‘윗선’의 개입으로 정보사항을 정치적으로 가공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보 마케팅’이 필요할 경우 안보위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낙관적인 ‘로 키’로 방향을 잡는 식이다. (경향신문 8월 26일)

사실 '정보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의 4년 전 지적이다:

정보기관이 정보를 왜곡해서 분류하고, 정책결정자는 그것을 '희망적 사고'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 정보의 정치화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북한 붕괴론'이 대표적이다. 정책기조가 북한 붕괴론에 기울어져 있으면, 주로 정보 당국은 그것을 강화하는 정보들, 예를 들어 북한 경제의 악화 징후, 북한 주민들의 불만, 그리고 엘리트간의 균열의 증거들을 우선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한다. 숲을 봐야 하는데, 나뭇가지만 주워서 '희망적 사고'를 강화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2012년 1월 18일)

최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한 '북한 체제 동요 가능성 상승'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것보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먼저 끝날 것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국론분열을 우려하지만 그보다는 과연 정부가 지금까지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왔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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