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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해피엔딩'에 질린 독자를 위한 소설 3권의 쓰라린 결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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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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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들의 목적지에 이르러 딸이 제일 먼저 일어서며 그녀의 젊은 몸을 쭉 뻗었을 때 그들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의 확증처럼 비쳤다.” (책 ‘변신’, 프란츠 카프카 저)

그레고리는 집안의 실직적인 가장이다. 아버지는 파산했고, 다른 가족들 역시 경제 활동을 할만한 능력은 없다. 그레고리는 최선을 다해 일 하며 가족들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눈을 뜬 그레고리는 해충이 되어 있다. ‘변신’을 해 버린 그에게 돌아온 가족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그에 대한 배려는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씩 죽어가던 그가 완전히 생명을 놓아버리자, 가족들은 집을 떠나 새 출발을 하며 소설이 끝난다. 그레고리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천벌을 받을 가족들!’하며 화가 나게 되는데, 그들이 응당한 벌을 받지 못하고 소설이 끝나니 마음이 더욱 답답해질 뿐이다.

2. 소설 ‘라 셀레스티나’

“오, 나의 훌륭한 동반자였던 딸아! 산산이 부서진 내 딸아! 왜 너의 죽음을 내가 막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니? 어째서 사랑하는 네 어미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니? 어떻게 네 늙은 아비에게 그토록 잔인할 수 있었니? 어찌 나를 이렇게 가슴 아프게 내버려 두었단 말인가? 왜, 너는 나를 이 눈물의 계곡에 슬프게 혼자 남겨 놓았단 말이냐?” (책 ‘라 셀레스티나’, 페르난도 데 로하스 저)

칼리스토라는 귀족 자제가 멜리베아라는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하며 비극은 시작된다. 서로 사랑했다면 만사형통이겠지만, 칼리스토의 짝사랑이었다. 괴로워하던 칼리스토는 악독한 뚜쟁이 노인 셀레스티나에게 일을 맡기는데, 그녀의 주술로 멜리베아는 결국 칼리스토와 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후 칼리스토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를 사랑하는 멜리베아 역시 그녀의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소설의 결말이 답답한 이유는,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셀레스티나와 칼리스토의 하인들이 죄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물론 그들도 죽지만, 악독한 죄에 대한 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서로 싸우다 죽는다. 하루 아침에 귀한 딸을 잃게 된 아버지의 절규가 안타깝고, 그 때문에 아버지의 ‘사이다’ 복수극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3. 소설 ‘잠시 눕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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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을 올려다보던 시우가 말울음 소리로 웃었다. 그 묘한 웃음소리를 듣고 동료 죄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개 팔자를 이야기한 죄수가 시우를 보며 시큰둥하게 한마디 했다. “저건 웃는 게 아니구먼. 웃음도 여러 질이여. 저 얼굴 좀 봐여.”” (책 ‘잠시 눕는 풀’, 김원일 저)

소설 속 시우는 개인 운전 기사다. 그가 모시던 ‘사모님’은 술을 마시고 교통 사고를 내고, 그 죄를 시우에게 뒤집어 씌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시우와 그의 가족들에게 사모님의 가족은 거래를 시도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던지는 사탕 발린 말들은 달콤했다. 최대한 적은 형을 받게 해줄 테니 죄를 인정해달라는 부탁과 그에 걸 맞는 물질적 보답을 약속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시우가,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답답하기만 하다. 가족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결심했고, 그 결과로 가족들은 조금 여유를 얻게 되었지만, 청춘인 시우는 철창 안에 갇혀야 했다. 심지어 처음의 약속과 상황들이 달라지기 까지 한다! ‘돈이면 다 되는 건가?’하는 씁쓸함이 압도하는 가운데, 시우의 선택이 묘하게 납득되기에 더욱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