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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캠퍼스는 정말 좋은 미래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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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모토로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해 이제는 세계 최대의 IT기업이 된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신사옥 건설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들을 고용해 건축 디자인을 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모두 사옥을 캠퍼스(애플의 애플 캠퍼스2(Apple Campus 2), 구글의 마운틴뷰 캠퍼스(Mountain View Campus), 페이스북의 페이스북 캠퍼스(Facebook campus))라고 부른다. 마치 작은 대학도시처럼,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하고픈 의지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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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IT기업들이 구축하고 있는 캠퍼스에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창적인 건축 외관, 친환경적 디자인뿐 아니라, 탈 권위주의적인 혁신적 업무 공간, 직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새로운 시도 등을 선전하고 있다. 새로운 사옥은 자신들의 21세기 기업 철학과 비전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아마존, 테슬라 같은 또 다른 IT기업들도 자신들의 철학을 담은 타운 및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들의 계획이 '일하는 사람들의 천국'급의 업무환경과 도시를 창조할 것이라고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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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 IT기업들이 구축하는 캠퍼스를 소재로 12년 전에 소설을 쓴 작가가 있다. 바로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다. 2000년에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했고, 5번이나 최종 후보에 오른 실력파다. 2003년에 발표한 SF소설 '인간종말 리포트(Oryx and Crake)'에서 IT기업들의 사옥 및 도시 건설을 예상했다. 그런데, 현재 기업들이 내세우는 장미빛 청사진과 달리 어두운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홍수(The Year of the Flood)’, ‘매더덤(MaddAddam)’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인류종말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데 유전자 변형 기술과 바이오 산업의 발전이 야기한 미래사회의 변화와 이로 인한 인류 문명의 위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margaret atwood

소설 속 주인공들은 콤파운드(Compound)라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이 만든 도시에서 산다. 콤파운드는 업무 시설과 주거가 결합된 작은 도시와 같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의 주거 시설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을 위한 학교 및 교육시설, 병원, 문화시설, 치안 및 경찰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각기 다른 기업들이 제공하는 콤파운드들끼리 경쟁하는데 유능한 인재 유치를 위해서 매력적인 콤파운드 도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은 더 좋은 콤파운드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신분 상승’을 의미한다. 콤파운드 밖으로 나가면 플립랜드(Pleebland)가 존재하는데 이곳은 질병이 넘쳐나는 무법천지다. 이미 정부의 통제는 사라졌고 기업들의 도시만이 존재하는데, 기업들은 스스로 도시를 만든 후 독립적인 사회 시스템과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콤파운드들은 직원들이 보다 창조적인 환경에서 업무에 몰두하게 하기 위해 관습과 같이 이어져오던 삶의 규범을 파괴하는 혁신을 추구한다. 이 소설 속 크레이크 연구소 직원들은 식사를 할 때 식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은 후 옷소매로 입을 닦는 모습을 보이는데 혁신 추구(!)의 한 단면이다.

'인간종말 리포트(Oryx and Crake)'는 콤파운드의 주거환경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주인공 지미(Jimmy)의 아버지가 더 큰 기업에게 스카우트 되어 새로운 콤파운드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나오는 대목이다.

"지미의 가족들은 HelthWyzer의 콤파운드로 이사했다. 새로 이사하는 집은 아치 형태의 포티코와 반짝이는 흑색깔의 타일로 장식된 이탈리안 르네상스 스타일이었다.”

"새로 이사한 HelthWyzer 콤파운드는 전에 살았던 콤파운드에 비해 더 큰 신도시와 같았다. 큰 쇼핑몰을 두 개나 가지고 있고, 더 나은 병원도 있었으며, 댄스클럽은 3개나 가지고 있었고 골프 코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지미는 HelthWyzer가 만든 학교에서 공부했다.”

"집, 수영장, 가구들은 상류층이 사는 OrganInc 콤파운드 소유였다. 중간 관리자와 젊은 과학자들이 콤파운드에서 살게 되었다. 더 이상 콤파운드 밖의 모듈에서 출퇴근하지 않고 콤파운드 안에서 주거와 업무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더 나은 방법이라고 지미의 아버지는 말했다.” (책 ‘인간종말 리포트’, 마거릿 애트우드 저)

현재 미국의 IT 기업들이 진행하는 신사옥 프로젝트는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더 나은 삶을 위한 가치 있는 실험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12년 전 마가렛 엣우드가 그녀의 소설에서 보낸 경고는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차별화된 도시를 창조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 시키고, 그로 인해 국가의 존재는 무의미해지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윤과 직접 연결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뽑아내기 위해 규범이 파괴된 새로운 업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게 지켜볼 일이다.

*2000년에 ‘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로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수상한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는 1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거느린 왕성한 환경운동가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이기도 하다. 또한, 롱펜(LongPen)이라는 인간의 필체를 대신해주는 로봇개발 회사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과학과 디지털 산업이 야기할 수 있는 어두운 미래를 경고하는 저서로 유명한데, 역설적으로 미국 IT기업,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인기 초청연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