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것보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먼저 끝날 것이다

게시됨: 업데이트됨:
KIM JONG UN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isits a Fish Food Factory run by KPA Unit 810, in this undated photo released by North Korea's Korean Central News Agency (KCNA), July 24, 2016. KCNA/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REUTERS IS UNABLE TO INDEPENDENTLY VERIFY THE AUTHENTICITY, CONTENT, LOCATION OR DATE OF THIS IMAGE.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NO THIRD PARTY SALES. NOT FOR USE BY REUTERS THIRD PARTY DIST | KCNA KCNA / Reuters
인쇄

북한에 유화책을 쓰지 않았던 대통령들은 북한붕괴론에 기대곤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북한을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하면서 붕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말, 북한에 나무를 심는 대북 협력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자 "북한 곧 망할 건데 나무는 심어 뭐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신선했던 2014년의 통일대박론은 이듬해 "통일은 내년에 될 수도 있다"는 '쉰 떡밥' 북한붕괴론으로 변질됐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보다 노골적으로 시사한 것은 지난 22일. 이날 열린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에는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park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세종청사간 을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 소식이다.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은 북한 체제에 의미심장한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등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던 중견 간부들이 이탈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대북 제재 효과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고 비공식적인 자금의 흐름도 예전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8월 23일)

정말 그럴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과거 황장엽 노동당 비서나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 일가의 망명에서 보듯 특정인의 망명을 체제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탈북 사태 때마다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북한은 붕괴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8월 22일)

kim jong un
태영호 공사 망명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인 18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동강 돼지 농장을 방문한 모습

해외 언론들도 대체로 이번 태 공사 망명을 북한 붕괴위기 보다는 대북 제재 강화로 인해 북한 외교관 활동에 압박이 가중됨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17일 "태 공사의 망명과 같은 단 하나의 사건을 북한의 불안정성의 조짐으로 여겨서는 안되며 김정은의 통치에 조직적인 도전의 징후도 없다"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의 견해를 소개했다.

북한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의 연구자 크리스토퍼 그린도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에 "(태 공사 망명에 대해) 흥분하기는 쉽다"면서 "이것이 북한이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는 걸 의미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다만 북한 체제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이 정말로 지금 붕괴할 경우 그 이후에 펼쳐질 것은 '혼돈의 대박' 뿐이다. 대표적인 북한붕괴론자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의 말을 들어보자.

북한의 붕괴 시 중국, 남한, 미국도 평양으로 달려갈 겁니다. 그 경우 각국 병력이 동시에 집결할 것이기 때문에 아주 위험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서로 총격전이라도 시작한다면 상황은 급속히 통제 밖으로 벗어나고 이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RFA 2013년 10월 15일)

과연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말마따나 내년에 갑자기 통일이 될 경우 곧 펼쳐질 혼돈의 대박을 헤쳐나갈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을까? 대통령이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던 통일준비위원회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로는 '개점휴업' 상태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역대 최상'에서 단숨에 '수교 후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악화시킨 외교력도 미덥지 않다.

이런 상황을 볼 때 박근혜 정부의 북한붕괴론의 지향점은 북한 체제의 붕괴와 그에 뒤따를 통일에 대한 준비보다는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부 단속'에 쏠려있다고 읽어야 할 것이다.

비효율적인 체제와 독재·폭압 정치를 일삼는 북한 정권은 분명 붕괴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 임기를 1년 4개월 남짓 남겨놓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김정은 정권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을까?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