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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인비는 전반부터 금메달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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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IN BEE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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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남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기분이에요. 충전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모든 힘을 다 쏟았다.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열린 여자골프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그랬다.

밖에서 보기에는 초반부터 점수 차가 벌어져 여유 있는 우승으로 여겨졌지만 박인비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번 시즌 왼손 엄지 부상 탓에 부진이 이어진 박인비는 자신의 최대 목표였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5타 차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일 도전할 수 있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벌써 미래를 내다보기 시작했다.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박인비는 이후 한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대회 준비 과정과 우승 소감 등을 상세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금메달의 의미는.

▲ 지난 한 달간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올해 계속 부진했고 대회에도 많이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겨내야 할 장애물이 많았다.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고 준비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위에서 '다른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많이 있었다. 내가 아직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싶었고 오늘 결과가 행복하다.

-- 부진이 이어지다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 부상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스윙을 잡아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샷에 자신감이 생겨 버디 기회도 늘어났다. 남편과 남편의 선배분(김응진 씨)으로부터 스윙 교정을 받았다. 결과에 대해서는 나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한계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준비했다. 후회 없는 올림픽을 하고 싶었고 올림피언으로서 겸허한 마음으로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우승을 언제 확신했나.

▲ 사실 시작이 좋았기 때문에 전반에 어느 정도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들뜨면 안 되기 때문에 가라앉히려고 노력을 했고, 실제로 10번 홀에서 보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운이 됐다. 우승을 확신한 것은 역시 17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서였다. 그때는 '이제는 이상한 짓을 해도 우승하겠구나' 싶었다.

-- 올림픽 이전에 실전 경험을 많이 쌓지 못했는데.

▲ 원하는 시나리오는 올림픽 전에 대회에 많이 출전하면서 감각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긴장감도 줄고 플레이도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그저 후회 없이 해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또 자신감이 있어야 해서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 노력했다.

-- 왼손 엄지 부상은 다 나은 것인가.

▲ 통증은 계속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부상 때문에 거리도 줄고, 예상 밖의 미스 샷도 나온 것은 사실이다. 빨리 완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는데 이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이 대회 외에 생각한 것이 없어서 그다음은 모르겠다. 건강해지고 완벽한 컨디션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한 달간 긴장하면서 몸과 마음을 혹사했기 때문에 몸에 남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기분이다.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 세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소감은.

▲ 사실 그런 것이 있는 줄 몰랐다가 지난주에 테니스 쪽에 이런 용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도 그런 업적을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행운이고 영광이다.

-- 올림픽 금메달에 가장 도움을 준 사람은.

▲ 역시 가족이다. 가족이 내가 올림픽에 나가기를 많이 바랐다. 사실 올림픽에 나가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못 하면 돌아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심지어 올림픽 출전하겠다고 발표한 뒤에 번복하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욕을 먹을까 봐 올림픽을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것으로 판단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먹도록 도와준 존재가 가족이다. 다만 나는 부딪히더라도 덜 아프게 부딪히기 위해 한 달간 준비를 열심히 했다.

-- 금메달 확정 후 울지는 않았는지.

▲ 원래 눈물이 없다. 울컥한 것은 있는데 눈물이 안 난다. 눈물샘이 말랐는지 최근에 울어본 기억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 올해 2월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운 것이 최근 눈물인 것 같다.

-- 한국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 같이 치던 리디아가 '여기 한국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오늘은 내가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많은 분의 힘이 모아서 전달된 결과다. 워낙 응원을 열심히 해주셔서 마치 홀에 자석이 붙은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 의사 상담을 했는데 감염될 확률이 낮고,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2개월 정도 조심하면 된다고 하더라. 내 마음에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우려를 해주셨다.

-- 우승 확정된 이후 양팔을 치켜들었는데 평소답지 않은 동작이었다.

▲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그냥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좋았던 것 같다. 태극기가 여기저기서 펄럭이고 제 이름을 외쳐주시니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었을 것이다.

-- 커리어 그랜드 슬램, 명예의 전당, 올림픽 우승 가운데 어떤 것이 최고인가.

▲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올림픽은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를 대표해 나와 좋은 결과를 낸 것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앞으로 또 목표가 있다면.

▲ 이제 뭐를 할까요.(웃음) 아직 모르겠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삼으라는 말에) 그때까지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만일 그때까지 선수를 한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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