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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극성에 시달렸던 역사 속 위인 4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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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맘’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성인이 된 자녀의 모든 일에 일일이 간섭하려는 어머니를 일컫는 말이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으로 보기에 확실히 지나친 구석이 있다. 학교 생활, 직장 생활, 결혼 생활 등에 자녀의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생이 된 자녀의 학부모회를 조직하는 부모가 있다는 중앙일보의 보도도 있었고, 딸의 결혼 상대를 어머니가 직접 골라주는 예능 프로그램을 비판하는 한겨레신문 보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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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헬리콥터 맘’이 지금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역사 속 위인으로만 알고 있는 인물들도 실은 마마보이였다는 증거가 꽤 나온다. 그 중 돋보이는 몇 명의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위인들의 ‘반전’, 하지만 ‘실망’쪽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니 기대하시길!

1. 사라 루즈벨트-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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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는 어렸을 적부터 최고의 가정교사에게서 배웠고 기숙 사립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어머니 사라의 과잉보호 속에서 끊임없는 사랑을 받았다. 사라에게는 루스벨트가 전부였다. 그가 기숙학교에서 세균성 인후염에 걸려 힘들어할 때, 사라가 교장과 의사의 경고도 무시하고 기숙사 창문을 통해 몰래 방에 들어가 그를 간호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극성스러운 어머니 밑에서 루스벨트는 자신만만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먼 친척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족적을 따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가득 안고 말이다.” (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대통령’, 래리 플린트·데이비드 아이젠바흐 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어머니 사라 루스벨트는 1930년대 미국의 어머니임에도 마치 우리 대치동 맘과 같은 강렬한 교육열의 소유자다. 아들에게 학창 시절 내내 최고급 사교육을 제공한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기숙학교를 보내놓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몰래 창문으로 들어와 병간호를 했다고 하니, 자식의 성공에 인생을 건 부모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존재했던 모양이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루스벨트는 훗날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에 빠진 미국을 구한 훌륭한 대통령이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아내 앨리너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마는지도 어머니에게 허락을 구하는 마마보이로 자라야 했다. 루스벨트는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돈을 주지 않겠다는 어머니 사라의 협박에 이혼할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건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던 루스벨트도 어머니는 두려워했다.

2. 올림피아스-알렉산더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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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왔으나 표현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말을 한 마디 하겠소. 만약 모후이신 올림피아스가 세상을 뜨게 될 때, 신으로 추대된다면, 내 노력과 수고에 대해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요. 만약 허용된다면 내가 직접 그 일을 보겠지만, 운명에 의해 그렇지 않게 된다면 내가 그대들에게 그 일을 맡겼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오.” (책 ‘알렉산드로스 대왕 전기’, 퀸투스 쿠르티우스 루푸스 저)

알렉산드로스 3세 메가스는 페르시아, 이집트를 정복하고 지금의 인도까지 진출한 뛰어난 명장이자 대왕이었다. 그러나 숱한 전쟁을 치른 터프한 군인이었던 알렉산드로스도 자기 어머니 올림피아스와의 관계는 사뭇 달랐다. 부하들 앞에서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를 숨기지 않았고, 오히려 인도에서의 전투 중 부상을 당한 후 공개적으로 “혹시 내가 죽으면 나 대신 어머니 올림피아스를 신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부하들에게 하기도 했다. 올림피아스 또한 그런 아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편지로 정치나 군사 문제에 대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대왕’ 위에 아무도 없을 듯싶으나, 신적인 존재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이쯤 하면 헬리콥터 맘들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3. 핑키 맥아더-더글러스 맥아더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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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어머니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를 제대로 알 수 없다...핑키 맥아더는 육군사관학교 4년 동안 더글러스 맥아더가 기대 이하로 도태되거나 평범한 생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지 최고급 호텔에 거처를 마련하고 아들을 지켜봤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4년제 교육 기관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학교 감독관이 아들에게 소홀하거나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 몰라줄 때 몸소 나서서 이를 일깨워주었다.” (책 ‘콜디스트 윈터’, 데이비드 핼버스탬 저)

남편보다 업그레이드된 아들을 원한다면, 그리고 아들의 출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고개를 들어 이분을 봐야 한다. 바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어머니 핑키 맥아더다. 남편은 대장이 되지 못하고 중장에서 물러났다. 장남과 차남은 일찍 죽었다. 핑키 맥아더의 희망은 셋째 아들 더글라스 맥아더였다. 육군사관학교 4년 내내 바로 옆에서 아들을 돌본 것은 기본이었고, 이후 장교가 된 아들이 진급이 안 될 때마다 그 상관에게 집요하게 청탁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 아들이 37세에 별을 단 이후에도 말이다. 40살이 가까워진 아들의 직장 문제에 개입하는 어머니가 있었고, 그가 맥아더 장군이었다니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요즘 같으면 SNS에서 제법 화제가 될 법한 주제 아닌가?

4. 아그리피나-네로 황제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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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로는 마치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황제가 된다는 말에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황제의 지위 따위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조각가, 화가, 가수, 또는 마부가 되고 싶은데 황제가 되라니? 그것도 이토록 어린 나이에?...그러나 어머니 아그리피나가 단호하고 강경하게 몇 마디 설명을 하자 네로는 모든 반항을 포기했다.” (책 ‘네로:광기와 고독의 황제’, 필리프 반덴베르크 저)

지금까지 글을 읽다 보면 ‘역시 헬리콥터 맘이 있어야 훌륭한 자식이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로마의 네로 황제와 그 어머니 아그리피나가 그러했다. 아그리피나는 자신의 권력욕을 그대로 아들에게 투사했는데, “내 아들이 황제가 되기만 한다면 나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해도 좋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정상이 아닌 어머니다! 모전자전 아닐까?) 그녀는 당시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와 재혼하며, 황제의 친아들이 아닌 네로에게 후계자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재혼한 황제의 딸 옥타비아와 네로를 억지로 결혼시켰다. 의남매를 어머니가 부부로 이어준 것이다. 이 일은 어머니와 아들 사이 엄청난 갈등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후에 황제가 된 네로가 이혼을 하려고 하자 아그리피나는 그것을 말리고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진짜 황제 아들에게 죽다니! 말이 씨가 된다.) 훗날 네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다. 네로와 그 어머니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황제가 된 자식의 손에 죽게 되었으니 아그리피나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