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브렉시트(Brexit)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셰익스피어 작품 3개

게시됨: 업데이트됨:
인쇄

the

지난 6월 23일(현지 시간) 영국 국민들은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EU탈퇴, 즉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는 브렉시트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주로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으며, 유럽의 향후 정세, 영국 국내 정치 등에 대한 주제들도 다루어졌다. 최근에는 관련 보도들도 많이 차분해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G20 국가들이 충격에서 회복하여 지난 한 달 사이 주가가 평균 5.12% 상승했다고 한다. 어쨌든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브렉시트를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에겐 조금 익숙하지 않지만, 좀 더 브렉시트를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를 통해서다. 올해는 그가 서거한지 400년 되는 해다. 그래서일까? 영국에서는 자국 및 유럽 정치인들의 정치적 판단과 행위들이 셰익스피어 비극을 통해 끊임없이 해석되고 소통되고 있다. 미디어는 물론이고, 당사자들도 셰익스피어 비극의 대사를 인용한다. 우리도 정치인들이 사자성어(‘소이부답’, ‘토사구팽’ 등) 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곤 했다.

the

전성기의 대영제국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던 국보급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을 통해 브렉시트가 만든 '한여름 밤의 꿈'과도 같은 정치적 드라마를 따라가 보자.

1. 햄릿 (Hamlet)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와 재혼해 왕위에 오른 삼촌이자 양아버지인 클로디우스(Claudius)에 대한 복수심 앞에서 햄릿은 고민한다.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는 덴마크 왕자 햄릿이 복수의 칼을 뽑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했음을 보여준다. 폴란드 출신의 유럽의회 상임의장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4개월 전인 지난 2월, 영국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 총리와 유럽 정상간 '브렉시트 저지'를 위한 협상안이 타결되었다고 선언하며 다음과 같은 트위터 메시지를 남겼다.

"To be, or not to be together, That is the question. (함께 하느냐 함께 하지 못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he

유럽의 정상들은 영국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그가 제안한 협상안 대부분을 수용해 주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탈퇴의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2.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왔다. 이 싸움의 승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승리로 이끈 전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으로 여겨졌다. 그가 보수당의 당수가 되어 영국 총리가 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존슨이 당수 경선 출마를 선언하기 몇 시간 전에 그의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이고 브렉시트 캠페인을 함께 이끌었던 법무장관 마이클 고브(Michael Gove)가 “존슨은 총리로선 부적격자다.”라며 배신을 한다. 결국 존슨은 그로 인해 출마를 포기한다. 새로운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Et tu, Brute?(You too Brutus?, 브루투스 너도냐?) Then fall, Caesar. (그리고 카이사르는 쓰러졌다.)"

boris johnson

1599년에 쓰여진 셰익스피어의 비극 '줄리우스 시저'에서 시저(카이사르)가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칼을 겨눈 암살단 무리 중 자신이 친아들처럼 여겼던 브루투스를 발견하고, 칼에 쓰러지며 했던 명대사다.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후 믿었던 오른팔에게 배신을 당한 존슨이 처한 정치적 운명을 영국의 많은 매체들은 시저와 비교하며 희화했다.

이때 셰익스피어 비극 ‘줄이어스 시저’는 한 번 더 인용된다. 이번에는 보리스 존슨이 출마 포기를 발표하면서다. 브렉시트가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a time not to fight against the tide of history but to take that tide at the flood and sail on to fortune.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르려 하기 보다는, 그 큰 물줄기를 따라 흘러 가며 운명을 항해해야 할 때다.)"

이 대사는 시저를 암살 한 후 부르투스가 군중 앞에서 한 말이다. 로마를 왕정으로 만들려는 시저에 맞서서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시저를 제거해야만 했다고 소리쳤다.

"There is a tide in the affairs of men, which, taken at the flood, leads on to fortune. (사람이 살아감에는 어떤 흐름이 있고 그것을 타면 운명을 향해 갈 수 있다.)"

3. 맥베스 (Macbeth)

1611년에 초연된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는, 아내의 책략에 따라 왕과 정적들을 차례대로 살해하고 스스로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 맥베스의 이야기이다. 결국 맥베스의 아내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맥베스는 반란군에게 패배하고 생을 마감한다.

전 법무장관 마이클 고브(Michael Gove)와 그의 아내이자 유명 칼럼리스트인 사라 바인(Sarah Vine)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줄곧 비교되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멕베스처럼 사라 바인도 남편의 정치적 결정에 크게 관여 했음을 보여주는 개인 이메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고브는 친구 카메론 총리를 배신하고 브렉시트 찬성 운동을 이끌었고, 또 다시 친구이자 동지인 존슨 전 시장을 배신하고 스스로 총리가 되겠다고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스코틀랜드 전 차치정부 수반인 알렉스 살몬드(Alex Salmond)의원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인용해 마이클 고브를 '영국 하원의 맥베스 경(The lord Macbeth of the common)'이라 조롱했다. 카메론 총리, 존슨 전 시장을 차례대로 배신하고 제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비극의 슬픈 결말처럼 '배신의 아이콘' 마이클 고브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뿐 아니라 악역 이미지까지 얻게 되었다. 마치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이나 ‘햄릿’의 클로디우스처럼 말이다.

브렉시트 드라마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 데이비드 카메론, 보리스 존슨, 그리고 마이클 고브는 옥스포드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던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연출하며 모두 셰익스피어보다 더 셰익스피어적인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여전히 브렉시트 드라마는 상영 중이다. 테레사 메이(Theresa May) 총리의 새로운 영국 내각과 유럽연합의 ‘브렉시트’ 관련한 협상은 새로운 정치적 드라마를 만들 것이다. 또 다시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그 드라마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