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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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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일본의 2차대전 종전일(패전일)인 15일 낮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일본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희생자들을 추도하며 이같은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이날 아키히토 일왕의 한마디 한마디는 일본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이 주시한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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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NHK 등을 통해 생중계된 영상메시지를 통해 생전퇴위 의사를 밝힌 이후 처음으로 외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만 82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스스로 건강상 문제를 들어 왕위를 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에게 물려줄 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날 추도식에서는 또박또박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읽어 나갔다.

그는 "전쟁터에 흩어져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세계 평화와 우리나라가 한층 더 발전하길 기원한다"는 말로 메시지 낭독을 마쳤다.

여기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깊은 반성'이라는 부분이다. 일왕의 패전일 추도식 메시지는 일정한 문장으로 정해져 있어서 매년 거의 차이가 없다.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한다"는 것이 근간이다.

깊은 반성이라는 메시지가 처음 들어간 것은 지난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패전일 하루 전에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과거형 사죄'를 한 바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추도식 메시지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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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시지에서도 '대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년 연속'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이다.

이런 아키히토 일왕의 발언은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취임 후 맞이한 패전일 추도식에서 4년 연속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특히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8일 영상메시지에서 '일본의 상징으로서의 자신의 업무를 다할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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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날 메시지를 통해 '깊은 반성'을 언급한 것도 '일본의 상징으로서의 업무'로 받아들여진다.

군국주의의 길로 질주하고 있는 아베 총리가 가해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의 상징인 일왕으로서는 2차대전에 대한 가해 책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베(神戶)여학원대학 가와니시 히데야(河西秀哉) 교수(일본근현대사)는 도쿄신문에 "이번 추도식에는 다시 정해진 문구로 돌아갈 줄 알았다"며 "그러나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데서 일본의 가해 책임 등 과거를 잊으면 안된다는 (일왕의) 생각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메시지는) 국민뿐 아니라 차세대 왕실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