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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군대에서는 'VIP의 자제'를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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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들 중에 아버지가 군 영관급, 5급 공무원 이상, 언론사나 대기업 임원진으로 있는 병사들은 다 적으세요.”

지난달 4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육군 제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소에 입소한 이정우(가명·23)씨는 입소 첫날 이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자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취업을 위해 쓰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도 부모님의 직업이나 재산 등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시대인데, 군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4년 9월, 충남 논산시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의경으로 군복무하다가 최근 제대한 김진웅(가명·23)씨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입소 첫날, 중대장이 가족들 신상 정보를 적을 것을 요구하며 아버지나 친척 중에 대기업 임원이나 군 영관급, 국회의원 등 ‘높은 분’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당시 손들고 나간 훈련병이 (특별한) 혜택을 받는 건 아닌가 싶어 박탈감이 컸다”고 말했다. 같은 해 6월,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해병대 교육훈련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이민식(가명·23)씨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이씨는 “대단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더 힘든 일을 해야 하나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빠 ‘빽’(배경) 믿고 좋은 부대로 배치받을 것 같은 병사들을 보면서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광주 육군 제31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소에서 조교로 군복무를 했던 이인성(가명·30)씨는 “신병들이 훈련소에서 작성하는 생활지도기록부(생지부)에는 부모님 직업을 기술하는 칸이 있고, 이 내용을 군대 간부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지부를 보고 고위급 자제들을 특별관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고위급 자제란 걸 알게 되면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분위기가 생기곤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쪽은 생지부 작성 등 부모 신상 조사를 하는 이유와 관련해 15일 “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이 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면담 철에 면담 과정에서 가족이나 부모님 직업 등 신상을 물어보는 차원”이라며 “혹시라도 공개적으로 부모님 직업을 확인해왔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대가 자처해 병사들의 계급을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누고 병력을 운영하면, 병사들이 국가를 원망하거나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만 높아진다”고 지적하며 “부모님 직업 조사로 훈련병들이 느끼는 차별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병영실명제’를 도입해 고위 공직자 자녀들에 대한 보직 배치 현황을 상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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