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Korea kr

삼성이 리우의 선수들에 '갤럭시S7' 1만2500대를 준 이유

게시됨: 업데이트됨:
GALAXY7
ASSOCIATED PRESS
인쇄

지난 5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31회 올림픽 개막식에선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입장하는 선수들마다 손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랴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으랴 바쁜 모습이었다. 전세계 50억명의 시청자에게 중계된 이 장면은 리우올림픽 개막식의 상징으로 남았다.

선수들이 든 스마트폰의 로고는 텔레비전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스마트폰을 잡은 손을 치들 때마다 스마트폰 화면의 양쪽이 굽은(엣지) 모습은 분명하게 보였다. 엣지는 삼성전자 최신 고가 스마트폰의 특징이다. ‘갤럭시S7’이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로 전세계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참가 선수 전원에게 특별 제작한 ‘갤럭시S7 올림픽 에디션’ 스마트폰 1만2500대를 제공했다. 갤럭시S7은 이후에도 선수들이 방송을 탈 때마다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업계에선 “리우올림픽의 마케팅 종목에선 삼성전자가 금메달을 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다. 선수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고, 사람들은 경기장과 텔레비전 앞에서 가슴을 졸이며 이를 지켜본다. 선수들의 목표는 메달을 따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픔을 공유하고 사연을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축제가 된다.

galaxy7

올림픽에선 기업들이 ‘선수’로 뛰는 ‘마케팅’ 경쟁도 벌어진다.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데 이만한 기회도 없다. 리우올림픽에는 28개 종목에 206개국에서 1만903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북한도 선수를 보냈고, 경기 장면을 중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리우올림픽이 200개국 이상에 7천시간 이상 방송된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50억명을 만나는 거대한 광고판인 셈이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와 광고주 등이 얻는 광고 효과만도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한테나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폰서 계약을 통해 극소수 기업에만 올림픽 시청자들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스폰서는 ‘올림픽 파트너스’(TOP·The Olympic Partners)와 ‘지역(로컬) 후원사’로 나뉜다. 올림픽 파트너스는 국제올림픽위와 직접 스폰서 계약을 맺는다. 주요 분야 최고 기업만 대상으로 하며, 계약 기간 동안 열리는 하계·동계·유소년올림픽 현장이나 오륜기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 리우올림픽에선 삼성전자(정보통신)· 파나소닉(전자)·코카콜라(음료)·맥도날드(식품)·다우(화학)·피앤지(생활용품)·오메가(시계 및 전광판)·지이(제품 및 서비스)·비자카드(결제수단)·아토스(정보통신)·브리지스톤(타이어) 등 11개 기업이 기회를 잡았다.

24

이들은 나름대로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오메가는 경기장 시계와 전광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 양궁·수영·사격·펜싱 등 주요 종목 경기장의 시계·전광판·과녁마다 ‘오메가’ 로고를 달아 중계 화면에 보이게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리우 1955 버거’를, 코카콜라는 ‘올림픽 스페셜 파워에이드 패키지’를 내놨다.

비자카드는 팔찌와 반지를 이용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기술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올림픽 선수촌과 경기장 등에 4천개 이상의 결제단말기를 설치하고, 마이크로칩을 내장한 고무 소재의 팔찌나 반지를 선수들에게 제공해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이용하게 하고 있다. 아토스는 클라우드 방식의 올림픽 대회 운영시스템 기술을 내보였다. 이게 정착되면 올림픽 개최지마다 대회 운영시스템을 따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진다. 내년부터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올림픽 파트너스로 참여한다.

지역 후원사는 올림픽 개최국 조직위와 계약한다. 후원 규모나 마케팅 가능 범위에 따라 파트너·스폰서·공급사 등 세 부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개최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100여곳 정도가 참여한다. 올림픽 파트너스와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는 분야의 기업만 참여할 수 있고, 개최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제약이 따른다.

스폰서 계약 없이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도 많다. 오륜기나 올림픽과 관련된 단어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활동으로 홍보 효과를 누린다. 기아자동차가 브라질에서 소형차 ‘리오’ 외치기 이벤트를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관련 동영상을 올리면 1박2일 시승 기회를 준다.

올림픽 파트너스는 국제올림픽위에 해마다 1천억원 정도의 후원금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서로 하려는 것은 마케팅 효과가 그보다 크기 때문이다. 올림픽 파트너스가 되는 순간 세계 최고 기업 대접을 받으면서 브랜드 가치와 매출이 치솟는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의 올림픽 파트너스 주가 상승률이 경쟁 업체에 비해 1.5%포인트가량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올림픽 마케팅으로 가장 재미를 본 기업은 코카콜라다. 1923년 33살의 나이에 코카콜라 최고경영자가 된 로버트 우드러프는 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들에게 콜라 1000상자를 보냈다. 미국 선수들은 대회 내내 코카콜라를 마시며 좋은 성적을 냈고, 관중과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이를 계기로 코카콜라는 유럽 시장 진출에 성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고, 이후 최장수 올림픽 후원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올림픽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지역 스폰서 자격으로 처음 올림픽 마케팅에 나서 컬러텔레비전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텔레비전 시장을 제패했는데, 서울올림픽 덕이란 분석도 많다.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는 무선통신분야 올림픽 파트너스로 참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뽐냈다. 이를 통해 ‘애니콜 신화’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대회 관련 정보를 선수들의 휴대전화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 ‘와우’(WOW)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와우 서비스를 모바일 앱으로 선보이면서 참가 선수 모두에게 ‘갤럭시노트3’를 제공했다. 이때부터 ‘갤럭시 스튜디오’란 이름의 최신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술 체험장도 운영했다. 갤럭시 스튜디오는 올림픽 파트너스 기업들의 홍보관 가운데 최다 관람객 유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파트너스 계약을 맺어 올림픽 마케팅을 본격화한 이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는 빠르게 올라갔다. 2000년 5.3%에 그쳤던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2013년 27.2%까지 높아졌다. 글로벌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2000년 52억달러에서 지난해 453억달러(약 50조원)로 9배가량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삼성전자는 선수단 전원에게 갤럭시S7과 함께 웨어러블 이어폰 ‘기어 아이콘X’를 제공하고, 갤럭시 스튜디오를 꾸며 선수들에게 최신 스마트기기와 모바일 기술을 체험하게 하고 있다. 갤럭시 스튜디오는 19일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새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홍보관 구실도 한다. 리우올림픽 공식 모바일 앱 ‘Rio 2016’과 올림픽 선수 허브 앱도 삼성전자가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파트너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