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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한국 부부들의 입양 신청을 잇따라 거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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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China fans watch the athletics competitions of the 2016 Summer Olympics at the Olympic stadium in Rio de Janeiro, Brazil, Saturday, Aug. 13, 2016. (AP Photo/Natacha Pisarenko) | 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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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탁구 선수로 키우겠습니다."

올해 초 서울가정법원 판사들은 이례적인 내용의 입양 신청서를 손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중국 유소년 탁구선수를 양자·양녀로 삼겠다"는 한국 부부들의 신청이 4건이나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자·양녀 선수들의 탁구 실력이 뛰어나다며 입양 후 국내 활동은 물론 국제대회에도 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 양부모는 "입양 허가가 나면 모 실업팀에 보내 집중 육성하기로 이미 얘기가 된 상황"이라고 신청서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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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신청의 본 목적은 분명해 보였다. 중국 유소년 선수들을 한국 국적 선수로 탈바꿈시키겠단 것이다. 미성년자는 입양 즉시 특별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일반귀화처럼 3년 이상의 거주 기간을 요구하지 않아 절차 진행이 쉽고 빠르다.

법원은 심사숙고에 들어갔다. 판사들은 천륜을 인위로 맺어주는 입양 제도를 이들이 남용하는 게 아닌지 고심했다. 반대로 스포츠 인재의 특별귀화가 일반화된 것처럼 입양 역시 문호를 열어야 할 시점이 아닌지도 따질 부분이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부모들의 입양 신청 4건 중 첫 번째 신청이 최근 기각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김형률 판사는 지난달 "입양이 해당 선수의 복리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입양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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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판사는 "A씨 부부가 B양의 탁구 기량과 한국 국적 취득 의지를 들어 입양이 적합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제대회 출전, 국적 취득을 위해 입양을 한다는 동기는 본말전도(本末顚倒)된 것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라고 말했다.

또 B양이 중국 친부모 밑에서 원만하게 성장해 최근 중국 명문대에 진학한 점, A씨 부부와는 별다른 친분이 없던 점 등을 들어 "중국 국적과 그간 쌓은 사회관계를 포기하고서까지 입양이 되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A씨 부부는 불복해 항고했지만 법원 결정 직후 나머지 입양 신청 3건 중 2건이 취하됐다. 취하한 양부모 신청자 중엔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명 탁구선수 출신도 있었다.

중국 탁구선수의 외국 국적 취득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현상이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미국 대표팀 6명 중 5명이 중국 출신이다.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호주 역시 여자 선수 3명 중 2명이 중국계다. 한국도 1명이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은 등록 선수만 3천만명에 이르는 중국의 탁구 열기다. 선수층이 두꺼운 만큼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해 대표팀 선발이 '하늘의 별 따기'다. 국가대표가 될 기회를 다른 나라에서 찾는 게 더 빠른 셈이다. 탁구계에선 한국팀 경쟁력을 위해 입양·귀화의 문을 더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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