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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탄자니아 어린이들이 이제 한국의 전래동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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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ZANIA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짐비니 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친구들 앞에서 스와힐리어로 번역한 흥부놀부 동화책을 읽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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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흥부와 놀부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탄자니아 키캄보니 지역의 스와니 공립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스와힐리어로 한국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를 읽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약 40명의 학생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손에는 알록달록한 삽화가 그려진 동화책이 들려 있었다. 흥부와 놀부, 토끼전,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 혹부리 영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등 모두 한국의 전래동화인데 탄자니아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와 영어로 쓰인 책이었다.

이 책들은 탄자니아에서 여성의 자립을 지원하는 국내 비영리단체 쿠시마마가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쿠시마마는 올해 상반기 외교부가 진행한 공공외교 공모전에서 한국 전래동화를 스와힐리어로 번역해 보급하는 아이디어를 제출해 당선됐다.

현지에 한국인이 설립한 탄자니아연합대학, 세이브더칠드런 등의 도움을 받아 모두 2천권을 준비했고, 빈곤 가정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17곳을 선정해 책을 기증했다.

쿠시마마의 박혜민 과장은 "이 지역에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나 동화책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스와힐리어 동화책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도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동물 이야기, 교훈이 담긴 전래동화를 위주로 선정했고 영어 번역도 함께 실었다.

스와힐리어 번역은 한국외대 아프리카 학부에 재학 중인 나유경(22)씨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다.

나 씨는 "아동 도서고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이 크지는 않았지만, 한글의 묘미와 뉘앙스를 스와힐리어로 살리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감수를 맡은 양철준 교수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책을 기증받은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날 방문한 학교에서 학생들은 책을 받아들고는 서로 읽어보겠다며 수업시간에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미짐비니 초등학교의 교사 에제키아 아론 마쿠에타는 "교과서 외에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이 거의 없는데 동화책이 특히 부족하다"면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독해 능력이 향상되고 공부하다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확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5학년인 라이파 아부바카리(12)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집에 책이 없어서 주로 친구네 집에서 빌려 읽는다"고 말했다. 아부바카리는 "아직 다 읽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그림이 아주 멋지다"면서 "새 책을 선물 받아 기분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6학년 아투마니 은야카지리베(12)는 "한국은 책이 아주 많은 나라인 것 같아 부럽다"며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학책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시마마는 현지에서 어린이 책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만큼 이번을 계기로 사업을 확대하려고 구상 중이다. 이번에만 해도 기증 신청을 했지만 책이 부족해 선정 대상에서 탈락한 학교가 많다.

박 과장은 "탄자니아 내 인쇄 기술과 설비가 부족하다 보니 책을 제작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라며 "이번에 만든 책을 탄자니아 교육부에서 승인을 받아 언제든 발행·유통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현지에 인쇄 기술 학교를 설립해 현지에서 책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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