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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그냥 지루해서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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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념적 차이는 점점 심해져, 정치적 양극화가 ‘21세기 초 미국 정치를 규정하는 특징’이라고 불릴 정도가 되었다. 미국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브렉시트 국민투표, IS의 부상과 급진화된 청년들 등, 어디에나 극단주의적 서사가 있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견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지칠 줄 모르게 우기고, 타인들의 견해를 거부한다. 그보다 더 나은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루할 경우 정치적 성향이 부풀려질 수 있다고 한다. 거의 매일 존재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감정인 지루함의 심리학적 결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지루함은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탐구 과정에서 정치적 지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당신은 진보적인가? 친구가 최근 해변에 다녀온 여행 사진 200장을 억지로 다 봐야 한다면 진보 성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당신의 미친 삼촌이 최근에 트럼프보다도 더욱 인종 차별적이 되었나?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어 줘야 할 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국가와 문화권에 걸친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질문을 한 가지 감정으로 축소시키는 건 지나친 단순화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 사회 심리학 저널에 실린 세 가지 실험들은 지루함이 크든 적든 간에 우리의 정치적 마음을 형성하는데 역할을 한다는 흥미로운 증거를 제시한다.

“지루함은 사람들을 일깨워 지금 하고 있던 일이 완전히 아무 목적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정치적 생각을 표현하거나 특정 정치 집단에 연결되는 것은 사람들이 목적 의식을 얻는 방식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런던 킹스 컬리지의 연구자 베이난드 반 틸버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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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과 정치적 지향의 관계

지루함과 정치적 극단주의 사이의 관련을 시험하기 위해 반 틸버그와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교의 에릭 이구는 대학생 97명을 모집했다. 참가자들은 먼저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밝힌 다음 무작위로 지루함이 심한 집단과 덜한 집단으로 배정되었다.

지루함이 덜한 집단은 콘크리트를 섞는 것에 대한 책을 두 구절, 지루함이 심한 집단은 열 구절 베껴 적어야 했다.

임무를 마친 뒤 정치적 지향을 7점 만점으로 표현하라고 했다. 1은 아주 진보적이거나 좌파이며, 7은 아주 보수적이거나 우파였다.

지루함이 심한 집단의 진보 성향 학생들은 지루함이 덜한 집단에 비해 스스로를 보다 극단적인 진보로 평가했다. 보수 성향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았는데, 모집단의 총 수가 26명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더 큰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859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스스로를 보수 또는 진보라고 말한 사람들은 설문 응답 결과 지루함을 잘 느끼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일 수록 더 극단적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1에서 7까지의 점수로 한 사람의 정치적 이념을 평가하는 것은 정교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반 틸버그도 인정한다. 그러나 두 실험에서 참가자들의 응답은 이런 대강의 척도로 봐도 지루함은 사람들을 보다 과격한 믿음으로 몰아간다는 걸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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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의 이점

지루함이 존재의 무의미함의 직접적인 증거라 보았던 아르투르 쇼펜하우어부터 지루함을 견디는 법을 익히는 게 행복한 삶에 있어 필수적이라 믿었던 버트란드 러셀까지, 연구자와 철학자들은 이 기묘한 정신 상태를 이해해보려 노력했다. 이건 왜 있는 걸까? 고통, 공포, 분노 등 다른 기분처럼 목적이 있는 걸까?

“지루함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그러나 논문들에서는 지루함은 불쾌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게 보통이다.” 반 틸버그의 말이다.

장기간에 걸친 지루함이 우울, 불안, 건강하지 못한 식사, 도박 등 온갖 좋지 않은 것들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있다. 사람들은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감전되는 것을 포함해 문자 그대로 어떤 일이라도 다 한다.

그러나 지루함은 일상적 경험이며, 이런 경험에는 심리적 기능이 있는 것이 보통이라고 반 틸버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목표 성취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분노하고, 위협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겁을 먹는다. 이러한 불쾌한 감정에는 목적이 있다.”

반 틸버그는 연구 초기에 지루함과 다른 부정적인 감정 사이의 차이점 중 하나는 보다 의미있는 행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루함의 기능은 자신의 현재 행동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결과로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기분이 아니고 길어진다면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역기능을 하는 감정은 아니다. 심리적 목적이 있다.”

반 틸버그와 이구는 300명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이것을 시험해 보았다. 이번에는 의미있는 행동에 참여하고 의미를 찾고 싶은 욕구도 측정했다. 가설이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미를 찾고 있다고 대답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극단적 정치 이념과 지루함이 특히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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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이 정치적 급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가?

굉장히 보수적 혹은 진보적 견해를 지지하는 것과 고국을 떠나 ISIS에 가입할 정도로 급진화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번의 새로운 발견은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머나먼 곳의 급진 단체에 가입하기로 하는 일부 젊은 서구인들의 결정에 지루함은 어떤 역할을 할까?

ISIS가 젊은이들의 지루함을 모병 전략으로 사용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에 제기된 적이 있다. 전향한 무장 대원들이 경제적 불평등에 반항하고 있다는 일반적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때로는 비교적 부유한 집안 출신인 경우도 있다. 파리와 다카에서 테러를 범한 테러리스트들이 그랬다고 한다. 이러한 테러리스트들의 공통 분모는 젊음, 재산, 교육이었다. 지루함, 목적 의식을 찾고 싶은 압도적 욕구가 이런 사람들에겐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초기의 연구는 지루함은 외부자들에 대한 적대감과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자신의 집단에 더 헌신하고 다른 집단들을 더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집단 밖의 사람들을 더 나쁘게 대한다. 타인들을 차별한다.” 반 틸버그의 말이다. 이들은 자신이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일 수 있다. 즉 외부인들의 세계관에 대해 자신들의 세계관을 수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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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수준으로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지루한 건지도 모른다.

지난 10년간의 테크놀로지 발전이 지루해질 틈을 남겨놓지 않았다는 이론도 있지만, 새로운 것들 것 의한 끊임없는 자극은 모든 것이 특별함을 잃게 만들고 삶을 지루하고 재미없게 만들 수도 있다.

“지루함에 대한 연구는 워낙 최근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잘 모른다. 내가 아는 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루함의 변화나 비교문화 차이 연구는 없었다.”

지루함이 여러 종류의 광범위한 정치적 양극화에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복잡한 인간의 삶에서 지루함은 한 가지 변수에 불과하다고 반 틸버그는 말한다. 사회와 정치 트렌드에 기여하는 다른 요소들이 많이 있다. 소셜 미디어가 그 중 하나다.

그리고 지루함의 긍정적인 결과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추측했고 연구에서 드러났듯, 지루함은 창의성,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적극성으로 이어진다고 틸버그는 말한다.

지루함이 좋으냐 나쁘냐는 맥락에, 그리고 지루함을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달려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Are People With Extreme Political Views Just Bor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