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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와 티몬 사이에서 '유령 재규어 판매' 논란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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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 난데없이 '유령 재규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체나 중계상, 딜러(차량 공급자)간 명확한 합의나 계약이 없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온라인 수입 신차 판매가 이뤄지면서, 산 사람은 있는데 판 사람은 없는 '희극'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해프닝의 배경에는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까지 온라인·모바일 등 신생 쇼핑채널을 통해 판매하려는 유통업체와 기존 오프라인 자동차 판매망의 '영역 다툼', '이해 관계 충돌'이 깔려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jaguar car logo

논란은 지난 8일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www.tmon.co.kr)이 영국 브랜드 자동차 '재규어'의 XE 포트폴리오(정상가 5천510만원)와 XE 알스포츠(R-Sport) 모델(정상가 5천400만원) 20대를 700만원 할인한 4천810만원, 4천700만원에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단순히 수입 신차를 온라인에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해피콜(상담원 통화)을 거쳐 실제 입금까지 마치는 자동차 거래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사례는 국내 전자상거래 사상 처음이었다.

티몬이 "온·오프라인 최저가가 아닐 경우 보상하겠다"고 약속하자, 사이트에 재규어가 소개된 뒤 약 3시간만에 준비한 4천만원대 고가 자동차 구매 쿠폰 20장은 모두 매진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9일 오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우리의 공식 딜러는 소셜커머스 사이트(티몬)를 통한 재규어 XE 온라인 판매에 대해 어떤 공식 접촉 및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오직 당사 공식 딜러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데 9개 딜러사에 직접 확인한 결과, 소셜커머스 사이트(티몬)에 고지된 차량 판매와 가격 등 모든 정보는 회사 또는 공식 딜러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었다"며 "티몬에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 딜러 9개사는 이번에 티몬이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판매한 자동차를 공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메이저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된 거래임에도 정작 자동차 공급자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으로, 온라인 등에는 '유령 재규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유통 주체인 티몬의 설명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나 관련 딜러사와는 전혀 다르다.

티몬은 지난 2일 'SK엔카직영'과 계약을 체결하고 재규어 XE 20대를 공급받기로 했다. SK엔카직영은 이 20대를 재규어 국내 공식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로부터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에, SK엔카뿐 아니라 아주네트웍스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도 이 물량이 티몬 온라인쇼핑사이트에서 팔린다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티몬의 주장이다.

티몬 관계자는 "SK엔카직영이 재규어 판매 계약에 앞서 공식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와 협의했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 마케팅 책임자와도 구두 협의를 진행했다고 계약 과정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티몬에 고지된 가격 등이 공식 딜러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다"라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런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차량 가격 등을 딜러사와 사전 협의나 조율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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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티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SK엔카직영과 공식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이번 딜(거래)의 공급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거나 "나는 티몬에서 팔리는 것을 몰랐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존 딜러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에 대한 우려도 예상보다 커지자 '눈치'를 보며 SK엔카, 아주네트웍스 등 이번 온라인 판매에 관여한 업체들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발을 빼고 있다는 게 이번 사태를 보는 티몬의 기본 시각이다.

반대로 티몬이 물량 공급 프로세스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딜을 진행하다 물의를 빚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문제가 불거지자 SK엔카는 "티몬과 재규어 신차 공급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고, 신차 공급과 거래는 티몬과 아주네트웍스 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자신들은 티몬에서 재규어를 사는 고객들이 중고차를 팔 때 매입하는 서비스만 제공하기로 티몬과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해명이 티몬과의 진실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SK엔카는 추후 "계약내용의 포인트는 중고차 서비스 제공이지만 신차 공급에 대한 부분도 들어있긴 하다. 단, 그 주체는 티몬과 SK엔카 공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루된 공식 딜러사 아주네트웍스는 아예 "SK엔카와 협의할 때 이 차가 티몬 온라인에서 팔릴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당장 우려되는 것은 구매자에게 제대로 재규어가 인도될 지 여부다.

일단 티몬이나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모두 차질없는 차량 공급을 약속하고 있다.

티몬 관계자는 "이번 딜에 참여한 27명에게 고객지원부서가 일일이 전화를 걸어 최종 구매와 입금 의사를 확인할 것"이라며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만약 SK엔카와 아주네트웍스 등을 통한 차량 인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티몬이 직접 재규어를 구매해서라도 차질없이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이번 계약 건과 무관하지만, 고객 피해를 고려해 차량 공급은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