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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훼손된 황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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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 제작돼 세계 최고(最古)라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 5점이 보물 지정을 위한 조사 중에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1점은 글자 하단부가 떨어져 나가는 심한 손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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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를 수행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3월말 1차 조사 중이던 활자 16점 중 1점의 앞면 일부가 분리되고, 4점에서는 청동 부식물이 탈락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자가 훼손된 활자는 어른 손톱만 한 크기로, '갈 행'(行) 자가 새겨져 있다. 손상 부분은 글자 아래쪽에 삐쳐 올라가는 획 부위로, 전체 글자의 7% 안팎이다.

나머지 활자들은 측면이나 뒷면에 붙어 있던 녹 같은 부식물이 일부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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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공개된 증도가자.

이에 대해 연구소 관계자는 "청동 활자의 표면 부식층이 워낙 두껍고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며 "일부 조사는 유물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훼손 사실을 파악한 뒤 곧바로 유물 소장기관에 알렸다"면서 "이후에 2차 조사를 하려고 추가로 활자 85점을 인수할 때도 활자 3점에서 부식물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유물 소장처인 다보성고미술 관계자는 "유물이 1천년쯤 지나서인지 버석버석하다"며 "훼손된 활자를 직접 살펴봤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소장기관의 동의를 얻어 활자의 훼손 부위를 활자의 제작 시기와 금속 성분의 산지를 알아내기 위한 파괴 분석에 이용했다.

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사고로 인해 국립 문화재 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고 조사를 허술하게 진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훼손 사실이 확인된 이들 활자는 지난 2010년부터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증도가자'(證道歌字)다.

증도가자는 보물 제758호로 지정된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활자다. 현재 남아 있는 증도가는 1239년에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으로, 이 목판본 이전에 금속활자로 만든 주자본이 있었다. 따라서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면 1239년 이전 유물로 인정받게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증도가자가 또다시 진위 논란에 휩싸이자 문화재 지정 신청이 들어온 금속활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결정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증도가자로 불리는 다보성고미술의 금속활자 101점과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알려진 국립중앙박물관의 '복'(산덮을 복<山 아래 復>) 활자 1점에 대한 정밀 지정조사를 맡았다.

연구소는 다보성고미술 활자의 조사를 끝냈으며, 9월까지 '복' 활자와 조선시대 활자 30점을 조사해 비교 분석을 시행하고 연내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방침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전문화, 세분화돼 있지 않은 인력과 부족한 경험이 사고의 원인이었다"며 "문화재 유형별로 세부적이고 자세한 조사 매뉴얼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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