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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게 한국 지도를 주느냐를 두고 국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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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규제인가, 남북분단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안보 조처인가.

세계 1위 검색 엔진 구글이 '한국 지도의 국외 반출 규제'란 생소한 주제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안보 상황 때문에 한국 지도를 외국에 반출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우리 정부의 규제가 'IT 혁신에서 뒤처질 수 있는 조처'라고 반발한 것이다.

8일 국회에서는 이번 논쟁과 관련해 첫 토론회까지 열렸다.

토론회를 주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이우현 의원(국토위 새누리당 간사)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만든 지도를 외국 기업에 제공할 때 국익·관련 산업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지, 분단국가인 한국의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한국 지도를 국외로 가져가 간판 상품인 구글 지도(구글맵)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한다.

애초 구글은 미국·칠레·대만 등 한국 바깥의 '글로벌 서버'에 세계 각국의 지도를 가져다 전세계로 서비스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정부의 불허로 제대로 된 지도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 지도를 웬만하면 국내 서버에서 처리하고, 지도가 기업의 외국 서버로 빠져나가면 적대 세력이 쉽게 입수해 안보에 해롭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2008년 한국판 구글맵을 출시하면서 국내에 소규모 서버를 두고 한국 지도를 처리하는 편법을 택했다.

서버가 작은 탓에 한국판 구글맵은 글로벌 서버가 돌리는 다른 나라 구글맵과 비교해 10% 정도의 기능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내비게이션·도보 길 찾기·실내 지도·3차원 지도 등의 고급 기능이 빠졌고 지도 검색과 대중교통 길 찾기라는 기본 기능만 제공한다.

구글은 지도 반출만 성사되면 한국판 구글맵의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고 한국 IT 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글 본사의 권범준 매니저는 국회 토론회에서 "구글은 전 세계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듯이 한국에서도 제공하고 싶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 지도 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도입이 늦어지거나 그 결과 글로벌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 6월1일 우리 정부에 지도 반출을 신청했지만, 이번 심사에서도 불허 결론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우리 군이 지도 반출의 선결 조건으로 구글맵이 다른 나라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에서 청와대 등 안보 관련 시설을 지우라고 요구한 것이다.

구글은 한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영국 등 타국의 구글맵 서비스를 '검열'할 근거가 없고, 위성사진은 세계 각국 업체들이 엄청난 양을 유통하기 때문에 구글의 삭제만으로 안보 실익이 없다고 반박한다.

정부 안팎에서는 구글과 우리 군 사이의 견해차가 커 지도반출 심사가 불허로 종결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지도 서비스·IT 업체 설문 조사를 보면 '지도 반출이 관련 산업의 매출·손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부정적인 답변이 전체의 20.0%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11.3%)의 2배에 육박한다.

이번 심사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구글의 지도반출 신청은 우리 IT 업계에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안보를 위해 지도 반출 규제를 유지해야 할지, 구글의 지도 서비스를 허용해 AR(증강현실)·지능형 자동차·O2O(온라인오프라인연동) 등 지도 기반 서비스를 활성화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구글에 대한 견제 심리도 지도반출 논란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반출을 계기로 국내 지도 서비스에 대한 구글의 지배력이 상승하고 기술 의존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IT업계의 우려가 적잖기 때문이다.

구글이 국내 지도서버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지도 반출이라는 편한 길만 노리고 여론전을 펼친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구글은 앞서 한국 법인을 유한회사로 유지하면서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세금 회피'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국내 서버 증설을 한사코 반대하는 배경에 세금·규제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한편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이날 성명에서 "국산 지도 데이터를 토대로 성공한 '김기사' 내비게이션 등 사례를 볼 때 한국판 구글맵이 이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반을 무너뜨릴 개연성이 존재한다. 구글맵이 한국 스타트업을 위해 '세계 시장 한류'를 만들어준다는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연구원은 이어 "구글의 주장은 '모든 길은 구글로 통한다'식 오만함의 결과물이며 구글앱 매출이 세계 5위인 한국 시장을 너무 홀대하는 것"이라며 "한국에 제대로 된 서버 시설을 설치하고 납세의 의무부터 다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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