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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때문에 화난 당신이 '미국 전기요금'에 대해 알아야 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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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016년 20시 35분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누진세' 때문에 사람들이 크게 화가 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1천 명이 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쉽게 하나의 사례와 비교하는 건 자칫 논란을 가중하는 결과일 수 있다. 한 달 내내 펑펑 틀어도 10만 원 밖에 안 나와서 화제라는 '미국 전기 요금' 얘기다.

미국 전기 요금은 정말 쌀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래와 같이 ‘미국에서 24시간 에어컨 펑펑 쓴 한 달 요금’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tonga rio

사진을 보면 올린 이는 한 달 동안 1,054kWh의 전기를 사용했으며, 124달러(약 13만 9천 원)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최대한 적은 요금이 나오도록 5인 가족, 가정용 고압(아파트 등) 사용으로 설정했을 때, 한국에선 약 45만6천 원을 내야 한다.

tonga rio

13만9천 원과 45만6천 원이라니 엄청난 차이다. 이게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관리청의 자료를 살펴봤다. 최신 자료(2013년 기준)에 의하면 평균적인 미국의 가정은 한 달에 대략 909kWh를 사용하고 110달러 21센트(12만1,990원)를 냈다.

이 미국 가정의 평균 사용량을 우리나라 5인 가정이 가정용 고압을 사용하는 설정(가장 할인이 많은 설정)으로 계산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tonga rio

우리 나라랑 비교하면 미국의 전기 요금은 정말 싸다.

그렇다면 유럽에서는 어떨까?

그런데, 누진제를 비판하며 미국과 비교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 미국은 가정용 전력이 매우 저렴한 축에 속한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프랑스의 예를 들어보자.

누진제를 적용하는 미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누진제'를 적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프랑스는 시간별로 과금이 다르다.

유로스탯의 자료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가구당 연간 약 4670KWh, 월간 약 390KWh를 사용했으며, 사용료로 연간 약 90만 원(773.95€~731.38€), 월간 7만 5천 원(66.50€ - 60€) 의 요금을 냈다.

이를 우리나와 요금으로 환산하면 5만 1천원으로, 평균적인 프랑스 가구의 전기 요금이 명목적으론 우리 나라보다 비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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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계산기를 사용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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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유럽에서 전기 요금이 비싼 편이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유럽에서도 매우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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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두 번째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국가인 독일을 예로 들면 더욱 확실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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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월간 292KWh이며 그 사용료로 약 101.46 달러(약 11만 원)를 지불한다.

같은 사용량을 한국의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약 3만4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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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서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이 독일과 프랑스에 비해 저렴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화폐 가치, 국민소득, 경제규모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미국은 전기요금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저렴해 누진제를 없애는 근거로 삼기엔 좋은 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누진제의 1단계와 6단계 요금 격차가 무려 ‘11배’인 반면 일본의 경우 최저단계와 최고단계가 1.4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단순 비교하는 것 역시 논란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자칫 '전기를 많이 쓰면 일본보다 11배 더 나온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아래와 같다.

50㎾h를 사용할 경우

한국 = 3천3백 원
미국 = 1만6천 원
일본 = 2만4천 원

800㎾h를 사용할 경우

한국 = 32만4천 원
미국 = 9만 2천 원
일본= 31만2천 원 -아시아경제(8월 8일)

아시아경제의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전기 요금제의 문제는 일단 '생각 못 한 폭탄을 맏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소비에 따른 과금을 직관적으로 추측하기가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업이나 자영업엔 전기요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형평성 문제가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정용과는 달리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싸기 때문에 누진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