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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간 사이 참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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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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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 죽전디지털밸리 인근 내리막길에서 운전기사가 정차하고 잠시 용변을 보러 간 사이 마을버스가 아래로 굴러내려 가 행인 5명을 덮친 뒤 차량 5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4일 오전 11시 35분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디지털밸리 옆 비탈길에서 버스 기사 이모(67)씨가 정차한 39-2번 마을버스가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버스는 150여m를 내려가다가 디지털밸리 인근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동료 5명을 친 뒤 다시 200m 가량 더 밀려 내려가 주정차돼 있던 다른 차량 5대와 충돌하고 나서 멈춰섰다.

이 사고로, 버스에 치인 5명 중 김모(42)씨가 숨졌고, 곽모(39)씨 등 2명은 중상, 김모(36)씨 등 2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승객 정모(38)씨는 버스가 기사없이 밀려 내려가자 옆문을 통해 버스에서 뛰어내려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1명은 버스와 충돌한 다른 차량 5대 중 1대에 타고 있다가 사고 충격으로 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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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A씨는 "갑자기 '우당탕' 소리가 들려 밥을 먹다 말고 밖으로 나와보니 마을버스가 식당 앞에 주차된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은 상태였다"며 "사람도 죽거나 다쳐 처참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고 당시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씨가 버스 밖에 있고 승객 정씨가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버스가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가다가 불과 18초 만에 행인들을 덮친다.

이씨는 버스에 다시 올라타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버스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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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 이씨는 "회차 지점에서 용변을 보기 위해 승객 1명을 차 안에 두고 내린 사이 버스가 굴러 내려갔다"며 "시동은 켜둔 상태였고, 기어는 중립(N)에 놓은 채 사이드브레이크는 꽉 채우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에 따라 버스를 정차할 당시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이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사고 차량은 2010년 출고돼 만 6년간 운행된 버스로, 노후차량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규정상 마을버스는 만 9년 사용하면 교통안전공단에서 검사를 받아 2년까지 사용 연한 연장이 가능하며, 만 11년 운행 시 폐차 대상이다.

해당 마을버스 운수업체는 총 41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노후차량 불법운행 등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버스 기사가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않은 채 버스에서 내려 사고가 났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예정"이라며 "비탈길에 정차된 차량은 언제든지 밀려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타이어 밑에 벽돌을 괴거나 핸들을 길 쪽으로 틀어놓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성남의 한 비탈길에서도 기어를 중립(N)에 두고 사이드브레이크만 채운 SUV의 제동장치가 풀리면서 200m를 밀려 내려가 행인 4명을 덮쳐, 1명이 숨진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대형차량을 비탈길에 주정차하는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제는 없는 실정"이라며 "최근 유사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준 경사도(8% 정도) 이상의 비탈길에 대형차량을 주정차할 땐 일반적인 제동장치 외에 벽돌이나 돌을 타이어에 괴고 핸들을 돌려놓는 등의 부가 조치를 의무화하는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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