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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 '이대사태'에서 모두가 이 한 가지 질문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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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 2015년 8월 6일)

2016년 1월18일, 교육부가 발표한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를 위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 기본계획’ 첫 장에는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실렸다.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항목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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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단사업은 최근 이화여대 점거 농성 사태의 출발점이다. 이대는 지난 7월, 이 사업의 대상자로 추가 선정됐다. 이대는 '미래라이프 대학'에 뉴미디어산업 전공(미디어콘텐츠 기획·제작), 웰니스산업 전공(건강·영양·패션) 등을 개설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시범 운영한 뒤,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해 "우수모델을 확산"할 방침이다. 일단 한 해 동안 교육부가 각 대학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약 35억원(학교당 평균)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이대 사태’에는 다양한 논점이 있다. 대학 본부 측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 있고, 대규모 경찰 병력이 학내에 진입한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질문도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학벌주의가 낳은 ‘순혈주의’가 표출된 것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대는 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치하려고 하는 걸까? 또 교육부는 왜 돈(세금)을 지원해가며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걸까? 이 사업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1. 교육부가 말하는 추진배경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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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교육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교육부의 문제의식은 사업계획을 설명해놓은 여러 문서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을 했던 사람들(후後진학자)이나 30세가 넘은 사람들(평생교육자) 중에서도 대학교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고령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추세에 따라, 재교육 및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기존 평생교육 과정은 대학 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진다. 반면 대학교는 우수한 교육 시설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학령기 학생(고졸 신입생) 위주의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후진학자나 평생교육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수능을 처음부터 다시 볼 수도 없지 않은가?

이런 성인들을 위해 대학 내에 별도로 특성화된 단과대학을 만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대신, 수업은 좀 덜 '빡세게'.)

교육부는 “후진학 시스템이 잘 갖춰줘야 고졸자의 선취업 활성화도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나이와 관계 없이 언제든 “명품”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고졸자들(특히 특성확고·마이스터고)이 대학에 진학하느라 불필요하게 취업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는 ‘학벌보다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 기조와도 맥이 닿는 부분이 있다. ‘현장 맞춤형 대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교육부의 정책 흐름과도 크게 멀지 않다. 말하자면, 일련의 정책에는 나름의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나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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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볼 때의 얘기다. 키워드는 ‘대학 정원’이다. 교육부는 2018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모자라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23년에는 대학정원이 16만명이나 남아돌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역전현상은 기본적으로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의 ‘대학설립 준칙주의(1)로 대학이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정원은 잔뜩 늘어났는데, 정작 대학에 입학할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1) 이 제도는 논란 끝에 2013년 폐지됐다.

교육부는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는 처지다. 대학이 부실화되고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지면 교육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 등록금을 꼬박꼬박 내고 학교를 다녔는데 학위도 못 받고 학교가 ‘부도’나는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꽤 오래 전부터 교육부는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왔다.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평가등급을 매기기도 하고, 정원감축에 앞장서는 대학에는 지원금을 내려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학에서는 학과 폐지와 개편으로 인한 갈등이 빚어졌다.

대학들도 걱정이 많다. 입학생 숫자가 줄어들면 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2). 잔뜩 지어놓은 학교 건물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대학들도 유학생을 유치하고, 성인을 위한 과정을 개설하는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2) 국내 4년제 대학의 78%, 전문대학의 97%는 사립대학이며,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70%가 넘는다. (교육개발 2011년 가을호, ‘대학 구조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75쪽)

평생교육은 여기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등장한다. 이 평생교육 분야를 대학의 정규 학과로 편성하고 정식 학위를 수여하는 게 평단사업의 핵심이다. 4년제대학 학위가 수여되는 만큼 기존의 대학부설 평생교육원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3) 학위가 수여되지 않는 ‘비학위 과정’ 개설도 허용된다.

게다가 교육부 방침에 따르면, 학위과정의 경우 기존 정원(학령기 학생)을 평생학습자 정원으로 전환하면 2년 만큼의 정원감축 성과로 인정해준다. 정원을 줄이고도 등록금 수입(4)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각종 규제도 완화된다.
(4) 물론 2017년부터 운영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책연구를 담당한 조대연 고려대 교수는 공청회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3. “명품 평생교육”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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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생교육은 이미 꽤 규모가 큰 시장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방송통신대학(6만명)과 사이버대학(3.3만명)이 존재하며, 학점은행제(8.2만명)와 폴리텍(0.8만명), 재직자특별전형·계약학과 등(2.9만명)도 있다. 21만명을 넘는다.
(5) 전문대를 뺀 4년제 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2014년)은 36만명이다.

교육부가 평단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자 가장 크게 반발한 곳 중 하나도 바로 한국원격대학협의회였다. “영역침범”이라는 것이다.

한편 평생교육단과대학육성사업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평생교육은 이미 사이버대에서 지난 10여년간 담당해온 분야다. 10만여명이 넘는 학습자를 유치할 만큼 성장했는데, 이 학습자들을 4년제 일반대학의 수요로 편입시키기 위해 급조한 사업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수신문 2015년 10월26일)

직업교육에 초점을 둔 ‘후진학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문대학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또 하나 전문대학가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평생교육단과대학 대상자 문제다. 학위과정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 산업체 3년 이상 재직자 또는 25세 이상 중 3년 이상 재직자가 그 대상인데 이는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영역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이 이들 대상자의 후진학 연계를 담당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2015년 10월29일)

정부는 평단사업이 기존 교육 시장을 잠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고, 교육 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록금 수준이나 온·오프라인 수업 비중 등에서 차이가 있으니 ‘시장이 다르다’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평단사업이 기존 평생·후진학교육 시장에 일종의 ‘고품질·고비용’ 교육상품을 새로 추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좋은 뜻으로 보자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학위장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교육부가 평단사업 구상(안)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해 5월, 대학교육연구소는 이렇게 논평한 바 있다.

이들 대학이 정부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구조조정 여파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들 대학들은 학점당 등록금을 과도하게 산출해 학생들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학부생에게 학점당 등록금제를 시행했던 일부 대학의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신설될 평생교육 단과대학은 학위를 원하는 성인학습자들을 모집한 후 교육의 질은 기존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학비만 비싸게 내고 다니는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교육연구소 논평, 2015년 5월27일)


4. ‘이대 순혈주의’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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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대 사태’로 돌아가보자. 평단사업 시행 대학으로 선정된 곳은 총 10개(6)다. 이 중 유독 이대에서만 논란이 거센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반발하는 배경에 ‘이대 순혈주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 1차 선정(5월4일) :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 2차 선정(7월15일) : 동국대, 이화여대, 창원대, 한밭대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는 학교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노골적으로 분출됐다. 이화여대 재학생ㆍ졸업생 게시판인 ‘이화이언’에는 “학교 측 결정이 현실화하면 이화여대는 전문대보다도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글이 많았다. (평생교육 단과대 입학이 가능한) 전문대 출신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한 편견을 부추기는 글과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날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해 농성에 참여한 학부모 윤모(51)씨는 “딸 힘들게 공부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좋아했는데 누구나 들어오는 학교라면 절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8월2일)

실제로 한 졸업생은 이날 <한겨레>에 “수능을 보고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는데, 특성화고등학교 출신들이 섞이면 ‘학교 급’이 떨어진다는 불안과 공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녀들 학내 문제에 이례적으로 학부모들이 나선 것도 이런 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이대 간판을 어떻게 얻었는데, 고졸 애들하고 쉽게 나누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한겨레 8월2일)

이대 재학생 및 졸업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반발에 이런 측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소비자 마인드’를 따르자면, 기존 재학생 및 졸업생들에게 주어지는 졸업장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건 이대 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대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 또는 비난에 초점을 맞춰야 할 사안은 더욱 아니다. 이건 대한민국 교육부의 평생교육 정책 철학에 대한 문제이자,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문제이며, ‘평생교육 학위 장사’가 다른 대학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모를 잠재적 미래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시위가 “어떤 외부 세력, 정치 이슈와도 무관”하다는 이대 학생들의 말과는 달리,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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