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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취약계층 학생을 위해 직접 '생리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허핑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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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가 너무 비싸서 취약계층 학생들이 생리대를 제대로 구매하지 못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직접 '생리대'를 만들겠다고 나선 남자가 있다.

패션계 소셜벤처 기업 '딜럽'을 운영하는 이지웅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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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품질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생리대를 제작해'

'유통회사를 끼지 않고 자체 홈페이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직접 판매할 생각이며'

'소비자가 1개를 구매하면 1개가 자동으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기부되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일명 '착한 생리대 프로젝트'(가칭)다. 유통 수수료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중 생리대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 그리고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기부'도 할 수 있다는 것. 이 2가지가 시중의 생리대와 다른 점이다.

현재 시제품 제작 단계인데, 가을쯤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이르면 올해 안에 시판한다는 게 이 대표의 포부다.

'착한 생리대 프로젝트'는 7월 25일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획을 직접 알리면서 큰 화제가 됐다.

아래는 이 대표와 허프포스트와의 일문일답.

- 생리대에 대해 언제 처음 관심을 두게 됐나요?

지난해 겨울, 우연히 취약계층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생활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생리대'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생리'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의 이야기가 정말 충격이었죠.

'생리혈은 가만히 있어도 나오기 때문에 지속해서 생리대를 갈아줘야 한다'
'특히 10대 학생들은 생리량이 훨씬 많다'
'평균 2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해줘야 하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제가 편의점에서 직접 생리대를 구매해 봤는데, 30장에 1~2만 원이 넘는 제품도 있더라고요. '아, 정말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생리대는 큰 부담이겠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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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당초 '보급형 생리대'(사진은 샘플)를 제작할 생각이었으나, 페북에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제품을 제작하되 '기부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는 구조를 추진할 생각이다.

- '생리대 프로젝트'는 언제 시작된 거예요?

그때 곧바로 국내 제조공장에 알아봤죠. 그런데 단가가 도저히 안 나오더라고요. 제작 가능한 최소수량(MOQ)도 너무 높고, 편의점이나 마트의 유통수수료도 엄청나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 포기하던 찰나에 올해 봄 '저소득층 학생들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어요.

저는 의류제작을 하는 소셜벤처를 하고 있어서 중국 등 해외 공장 쪽에도 아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혹시 해외에서 생리대를 제작할 수 있는지' 문의하니까 '한국에서 판매되는 생리대 중에도 중국에서 높은 품질로 제작되는 제품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했던 것보다 단가가 훨씬 저렴했고요. 유통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수수료만큼의 이윤을 취약 계층 아이들의 생리대 구매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 '생리대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저의 취지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생리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좋은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의 1+1 구조로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함께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2개 가격을 지급해도 시중의 생리대 1개 가격보다는 싸거든요. 저는 소비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생리대를 구매하고 싶다는 남자분들도 굉장히 많아서요. 그래서 1개를 사면 1개가 기부되는 1+1 구조 외에도, 2개를 모두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구조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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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으로서 '생리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직접 생리대를 착용하고 걷기도 하고 운동도 해봤어요. 샘플로 나온 생리대가 괜찮은지 테스트해보려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뜯는지도 몰라서 겉에 비닐만 제거해서 그냥 속옷에 넣어본 적도 있고, 스티커가 있는 걸 안 후에는 붙이는 방법을 몰라서 살에다 붙이기도 했어요.(웃음)

지금은 많이 응원/조언해주시지만,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혼자 엄청 속앓이했었어요.

생리대 제작과정에서 놓치거나 실수라도 하면 '역시 남자는 안 하니까 모르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을 알기에 더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 '남자가 왜 이런 걸 하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요?

생리대를 만들려면 생리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트에 가서 일단 종류별로 생리대를 다 사봤어요. 대형마트, 동네마트, 편의점 할 것 없이 종류별로요. 그런데 남자가 양손 가득 생리대를 들고 다니니까 이상하게 보더군요. '웬 생리대를 이렇게 많이 사느냐?'고 물으시는데, 그냥 웃고 마니까 아무래도 몇몇 분들은 '저거 변태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연세가 좀 있으신 남자분들은 '남자가 흉하게 이런 거 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때마다 '생리혈은 부끄러운 게 아니고 귀한 것이다'라고 말씀드려요. 생리를 부끄럽거나 더럽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의식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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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도 생리, 생리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이죠. 특정 성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자의 문제에 대해 여성이 관심을 가지듯이, 남자도 여성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 이 생리대는 언제쯤 시판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저렴한 '보급형 생리대'를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페북에 글을 올린 후 구매하고 싶다는 분들이 정말 많아서, 조금 원가를 올리더라도 품질이 높은 생리대로 제작할 생각이에요.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빠르면 올해 시판할 계획입니다.

- 유한킴벌리의 시장 독과점 때문에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유한양행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회사예요. 초대 유한일 회장님의 일화를 보면 큰 성공은 뒤로하고 돈을 버는 것보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여겼던 초대 회장님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저도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서 지금의 소셜벤처를 만든 거고요. 유한킴벌리가 먼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거나, 더 많은 중소기업들에 기회를 준다면, 더 안정적인 구조가 생기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봅니다.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뺏기면 어떡하냐'는 건데, 그럼 좋은 거죠. 생리대를 잘 만드시는 분들이 취약계층의 학생들을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위해 품질 좋은 '보급형 생리대'를 만들어 주신다면 그것도 저는 너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청년입니다.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금수저도 아니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 '약자를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가치를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을까 매 순간 겁도 나고 두렵지만, 용기는 겁나지 않는 게 아니라 겁이 나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착한 생리대'를 만드는 데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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