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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성폭행·화장실 몰카 유포하는 ‘제2의 소라넷' 뿌리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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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가 여성 성기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짓을 해놓은 사진을 보내줬어요. 너무 놀랐지요. 언니가 ‘이런 사진이 수백장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다’며 소라넷을 알려줬어요. 알고 보니 소라넷 같은 사이트가 적어도 수십개는 더 있는 거예요.”

김연정(가명·20)씨는 지난해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에서 ‘실시간 강간 모의’를 목격한 뒤, 이 사이트 폐쇄를 주장하는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지난 4월 소라넷은 폐쇄됐다. 하지만 소라넷만 사라졌을 뿐, 몇 개인지 정확히 파악도 안 되는 유사 사이트들이 아직도 판을 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방통위에 접수돼 처리된 개인 성행위 동영상 삭제 민원은 총 3636건으로, 2014년(1404건)에 비해 2.4배나 증가했다. 수사기관의 대응은 이런 피해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 했다. 그 공백 속에서 원치 않는 개인 성행위 등을 촬영·유포·시청하는 가해행위는 여전히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김씨가 소라넷 폐쇄 활동을 벌였던 여성들을 비롯해 ‘리벤지포르노’를 근절하자는 취지에 공감한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 등 30여명과 함께 지난 3월 ‘르포’(리벤지포르노 아웃의 약자)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리벤지포르노는 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촬영·배포되는 음란물 사진 또는 영상을 일컫는 말이다. 옛 애인 등 주로 아는 사람들에 의해 촬영·유포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도민서(가명·25)씨는 옛 남자친구의 휴대폰에서 몰래 촬영된 자신의 신체부위 사진을 발견한 이후 르포 활동을 결심했다. “내 몸이 고깃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은 리벤지포르노를 근절하기 위해 몰카 영상 등이 올라오는 사이트를 일일이 찾아, 사이트 운영 방식이나 게시글의 성격 등 실태를 분석한 ‘음란물 사이트 모니터링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이를 근거로 방통위에 ‘해당 사이트를 폐쇄해달라’는 민원도 내고 있다. 한 주에 대여섯군데 사이트를 정해 회원들이 분량을 나눠맡아 일일이 모니터링하는데, 이제까지 들여다본 사이트만 49곳에 달한다.

이런 음란물 사이트는 ‘구글링’ 같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이들이 들여다 본 사이트 10곳 중 9곳(87.8%)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접근이 가능했고, 검색 이후 클릭 한 번으로 접속이 가능한 곳이 절반(46.8%) 에 달했다. 열에 아홉(84.8%)은 회원가입 등 로그인 절차 없이도 게시글을 열람할 수 있었다. 르포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동민(가명·26)씨는 “청소년들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음란 사이트에 몰래 가입한다는 건 옛말이 돼있더라. 청소년의 접근을 막을 길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두 눈으로 목격한 리벤지포르노의 실상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취중 성폭행이나 화장실 몰래카메라, 찍는 줄도 모르고 찍힌 애인 간 성관계 영상까지 피해 유형도 다양했다. 한 사이트에선 3008개의 영상 중 10대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이 79개나 발견되는 등 아동청소년 음란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들의 평균 조회수만 무려 1만5000회를 넘었다.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음란물을 판매하거나 배포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는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 사이트는 무법지대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르포팀이 지금까지 방통위에 사이트 폐쇄 민원을 접수한 리벤지포르노 사이트만 30개다. 하지만 이제까지 폐쇄된 사이트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신고 이후 폐쇄까지는 두 달이나 걸렸다. 이 사이트는 폐쇄 조처를 비웃기나 하듯, 인터넷 유아르엘(URL) 주소 중 한 글자만 바꿔 재오픈해 여전히 ‘성업’ 중이다. 르포팀은 리벤지포르노 근절에 수사기관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최연희(가명·26)씨는 “방통위는 수동적인 태도로 접수되는 민원만 처리할 뿐, 적극적인 제재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이트를 근절하려면 사이트 폐쇄나 게시물 삭제도 아니고, 리벤지포르노를 촬영해 유포하고 이를 찾아보는 가해자들을 수사기관이 적극 적발해 처벌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음란물 사이트를 없애자고 하면 누구는‘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가 길거리에 넘쳐난다’고 그래요. 그런데 영상물 피해자들은 쓰레기가 아니잖아요.” 르포팀 활동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대학생들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끔찍한 피해 동영상들을 계속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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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르포팀 활동가들. ’음란물 사이트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는 등 르포팀은 매주 1회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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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팀이 불법음란물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통계로 정리한 ‘음란물 사이트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의 84.8%는 로그인 없이도 불법 음란 동영상을 열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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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팀이 불법음란물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통계로 정리한 ‘음란물 사이트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의 87.8%는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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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팀이 불법음란물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통계로 정리한 ‘음란물 사이트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에 달하는 사이트(46.8%)가 포털사이트 검색 후 클릭 한번으로 사이트 메인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