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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갑질'에 대학가 세입자들은 서럽다(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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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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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가 원룸에 사는 황모(21·여)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이 원룸 주인이 황 씨에게 말 한마디 없이 방에 들어가 침대가 부서졌다며 침대를 교체한 것이다. 이 주인은 그것도 모자라 황 씨의 전공 책, 식기, 조미료 등에 손을 댔고, 심지어 조미료 몇 가지는 버렸다. 지난달에는 황 씨의 방에서 수도가 샌다며 그동안 내지도 않았던 수도세 12만 원을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황 씨가 항의하자 "네가 바보야? 멍청이야? 왜 그것도 모르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집주인과 경찰서까지 찾아간 황 씨는 "세입자가 고장 낸 것을 증명할 수 없고, 원래부터 고장이 난 것도 증명이 불가능해 서로 6만 원씩 부담하라"고 화해를 권했다. 결국, 황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6만 원을 부담하고 계약만료 기간인 8월까지 살지 않고 원룸을 나오기로 했다.

#2. 또 다른 대학가에 사는 박모(22·여) 씨는 방학이라 고향 집에 있던 중 집주인으로부터 "방을 옮기면 안 되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고향 집으로 내려오기 전 이미 계약 연장을 하기로 돼 있던 터라 박 씨가 이유를 묻자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학생이 사는 방이 아니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해 옮겨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씨는 세입자 동의도 없이 방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집주인의 계속된 회유와 또다시 방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끝내 양보했다.

이처럼 이제 막 부모의 품을 벗어나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들은 부동산 계약과 관련한 기초지식이 부족한 데다 집주인이 '갑'이라는 인식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 집주인들의 '안하무인'식 원룸 운영이 빈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꼭 피해야 하는 '블랙리스트 원룸'이 생겨날 정도다.

학교 기숙사 수용 인원은 한정돼 있고, 통학거리나 성적 또는 학년별 입사 비율도 정해져 있어 자취 말고는 이렇다 할 대안도 없다.

그나마 입맛에 맞는 방을 구하려면 적어도 방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개강 한 달 전에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집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허락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학생들은 큰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어지간한 갑질은 참고 넘기는 편이다.

대학 측에서도 개강 초기 '집주인과 일대일로 계약하지 말고, 반드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계약할 것과 등기부 등본을 반드시 확인하라'는 유의사항을 담은 안내문 배포 외에는 손쓸 방도가 없다. 강원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거주 도중 겪는 불만까지 해결해주기는 어렵다"며 "원룸 계약은 학생들이 잘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예방 차원에서 안내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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