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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못 가도 읽으면 여행이 되는 소설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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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휴가의 계절이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 새로운 풍경을 찾아 여행지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가진 못한다. '헤럴드 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직장인의 4분의 1 이상이 올해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 ‘회사 업무가 많다.’ 등 외부 요인을 그 이유다. 여행은 못 가도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아마도 책 몇권은 찾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배경묘사가 뛰어난 이 소설들도 읽어보자.

1. 고요한 눈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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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 역참 거리였던 듯 똑바로 길게 뻗은 시가였다. 온천 마을에서부터 이어지는 옛 도로일 것이다. 판자로 이은 지붕의 서까래며, 지붕을 눌러놓은 돌도 온천 마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차양 기둥이 엷은 그림자를 떨구고 있었다. 어느 새 저녁 무렵이었다.” (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

일본의 니가타 현 에치고 마을. 눈이 많이 오면 기차도 다니지 못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호젓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지낸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속에서 그 느낌을 잘 녹여냈다. ‘혼자만의 여행은 모든 점에서 내 창작의 집이다.’라는 말을 한 작가답다. 일상의 모든 것을 허무하게 느끼는 주인공 시마무라가 한 여인에게 마음이 이끌려 찾아오게 된 에치고 마을. 시마무라와 함께 잠시나마 일탈을 즐겨보는 게 어떨까?

2. 무겁게 내려 앉은 안개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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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무진기행', 김승옥 저)

소설 속 무진은 한국의 어느 도시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진을 실제 도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전히 아주 실제적이고 촘촘한 묘사 덕분이다. 작가 김승옥은 안개로 무장된 이 마을의 분위기와 그 안에서의 생활들, 사람들 사이의 감정들을 아주 자세하게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소설 속 ‘나’는 일상에 지쳐 고향인 이 곳으로 잠시 내려온다. 나름 ‘일탈’도 즐기고 꽤나 낭만을 만끽한다. 주인공의 이런 심리와 상황들이 독자로 하여금 마치 무진을 꼭 가보고 싶은 공간으로 느끼게 만든다. 현실과 이상 앞에서 결국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하나를 택하게 되는 그의 심리 역시 치밀하게 묘사되어 길지 않은 글을 쫓기듯 읽게 된다.

3. 호탕한 자유가 느껴지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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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 정오가 가까이 되어 비가 멎었다.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빛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소설의 주인공인 ‘나’가 항구에서 만난 조르바와 함께 크레타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바라본 바다를 묘사하는 장면이다. 당장이라도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다. 이 책은 에게 해와 크레타 섬을 언젠가 봤던 것처럼 만들어준다.

바다,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일상 속 분주한 일들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소설 속 크레타 섬과 에게 해의 모습은 ‘조르바’의 호탕함과 그대로 닮아 있다. 진정한 자유를 노래하는 조르바와 나란히 서서 에게 해를 바라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