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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에는 환대를, 남한에는 싸늘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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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 AND RI
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 시작 전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맞이하러 문 밖으로 나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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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까지 나와 맞이하고 등에 손을 얹으며 함께 입장하다. 중국과 북한의 외교수장들이 이처럼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오래간만이다. 25일 아세안지역포럼(ARF)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만난 풍경이다.

이는 거의 '과시'에 가까운 연출이었다. 한겨레의 보도를 보자:

그런데 회담에 앞서 중국 외교부 공보담당이 한국 취재진의 회담장 취재를 제안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북·중 양국은 지금껏 양국 회담 장면을 한국 취재진에 공개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2명의 한국 취재진이 왕이 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의 회담 머리발언 장면을 직접 취재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기획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불만을 ‘북한 껴안기’라는 외교적 보여주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 강조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겨레 7월 25일)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한국 측에 보인 냉랭한 태도와 극명히 대비된다. 이번엔 조선일보의 보도다: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담장에 도착한 윤 장관이 활짝 웃으며 "니하오(안녕하세요), 니하오"란 인사를 건넸지만 왕 부장은 무표정하게 악수만 하더니 자리에 앉았다. 이어 왕 부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신뢰 훼손"까지 거론하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중략) 한국 대표단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 장관의 발언이 이어졌지만 왕 부장은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등 '외교 결례'에 가까운 태도까지 보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조선일보 7월 26일)

북한은 완전히 벼랑 끝에 몰리는 일이 없었다. 이쪽에서 밀린다 싶으면 다른쪽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는 한반도가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공산권이 건재하던 시절에는 소련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활용하여 양쪽에서 최대한을 얻어내는 '등거리 외교'를 구사했으며 오늘날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마찬가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미사일/로켓 발사 등의 도발적 행동이 중국을 자극했고 이로 인해 북중관계가 냉각됐음은 틀림없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군도 적도 없다는 것. 국제관계를 움직이는 것은 냉철한 현실주의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정색을 하기도 했지만,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자극하자 다시 북한의 등에 손을 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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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의 역사가 보여주듯, 둘 사이의 기류는 언제나 계속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