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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 일본판 리메이크가 방영을 시작했다(1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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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호프~기대 제로의 신입사원>

지난 17일 일본 후지티브이의 신작 <호프(Hope)~기대 제로의 신입사원>(이하 <호프>) 첫 회가 공개됐다. 2014년 tvN에서 방영되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의 리메이크작으로 국내에서도 기대가 높았던 작품이다.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평이 많다.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리메이크작의 최대 난제인 현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양국 기업문화, 바둑문화의 공통점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려했던 원작 배우와 일본 배우들의 소위 ‘싱크로율’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80여분의 분량으로 연장 편성된 첫 회는 국내판의 1, 2회 내용을 그대로 따라간다. 일본판 ‘장그래’인 주인공 이치노세 아유무(나카지마 유토)는 바둑 프로 입단에 실패하고 종합상사 요이치물산 영업3과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부족한 사회경험 탓에 첫날부터 실수를 연발하며 과장 오다(엔도 겐이치)의 눈 밖에 나고, 여기에 전무 인맥으로 특채된 ‘고졸 낙하산’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다른 인턴들로부터도 멸시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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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청자 입장에서 제일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원작을 충실히 옮겨왔음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양국 드라마의 차이다. 자신에 대한 인턴들의 적나라한 뒷담화를 직접 듣거나 회사 옥상에 혼자 올라가 빵으로 점심을 때우는 등 가여운 장그래의 수난을 극대화시켰던 국내판에 비하면 일본판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치노세의 시련이나 감정 묘사가 절제되어 있다. 갈등을 최대한 부각하는 한국 드라마와 인물들의 속내를 최대한 숨기는 일본 드라마 특징의 비교 사례로 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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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차이가 양국의 드라마 스타일에서만 비롯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차이는 양국 청년층의 현실에 있다. 정식 취업 전의 장그래는 일본판 이치노세보다 훨씬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새벽에는 대리운전, 저녁에는 목욕탕 청소 등 “허드레 알바”를 전전하는 장그래의 현실과 달리,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사장이 직접 꼬박꼬박 월급을 주고 회식까지 챙기는 이치노세의 노동 조건은 훨씬 안정돼 보인다. ‘프리터족’이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노동환경의 차이가 이치노세보다 짙은 장그래의 그늘을 만들어낸 원인일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건 인턴 제도라는 설정이다. <호프>는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기업에는 없는 이 제도를 특별히 차용해왔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청년층을 착취하는 수단이 된 ‘현실’이 일본에서는 ‘드라마’를 위한 인위적 장치라는 사실만큼 양국 청년층의 노동조건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잘 만들어진 일본판 <미생>을 볼수록 장그래의 슬픔이 더 아프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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