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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수석 아들의 의경 동료들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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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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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빽’(배경)이 들어온다지 말입니다.”

지난해 정부서울청사 718전경대 의경중대에서 근무하던 ㄱ씨는 후임병으로부터 이런 얘길 들었다. “솔직히 정부청사 정도면 대부분 빽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부대에 오기 전부터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아들이 온다더라’ ‘논산 훈련 때 면회온 걔네 부모님에게 경찰 간부들이 90도로 인사를 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지요.” 같은 해 4월15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중대에 배치됐다.

“처음 부대에 왔을 때 다리에 붕대를 감고 왔어요.” 또다른 동료 ㄴ씨는 “무릎 쪽이 좋지 않다고 경찰병원에 자주 가는 바람에 근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우 수석 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우 수석 아들은 두달여 만인 7월3일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근무하는 곳은 서울청 차장 부속실이다.

우 수석의 동료 의경 ㄷ씨는 “근무시간 외에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고, 매달 2박3일(토~월요일) 외박을 나갈 수 있어” 서울청 중에서도 ‘꽃보직’으로 꼽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우 수석의 아들이 의무경찰(의경) 복무 두달여 만에 서울청 내 꽃보직으로 전입한 사실이 알려진 20일, 우 수석 아들과 함께 근무했던 의경 동료들은 물론 의경 출신 남성들도 “빽에도 급이 있다”는 한탄을 쏟아냈다.

의경 경쟁률은 26.4 대 1(2015년 12월 지원 기준). 군대보다 상대적으로 휴가나 외박이 자유로워 선발되는 것도 어렵지만, 선호 부처에 배치되기 위해선 ‘빽’이 필요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편하다는 행정대원 보직은 “급이 다른 빽이 작용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의경 출신 남성들은 ‘보직별 피라미드’가 있다고 설명한다. 경찰과 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서울지역으로 배치받은 의경들은 신임교육대에서 2~3주 정도 훈련을 받는데, 이때 정부청사·서울청·국회경비대 등은 키 175㎝ 이상의 훈련생을 대상으로 ‘우선선발’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말 제한적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 ‘각 부대에서 필요한 인력을 각자의 방식으로 심사해서 뽑아가는 형태’로 우선선발이 이뤄졌다는 게 경찰청 쪽 설명이다. 우 수석의 아들 역시 제도가 바뀌기 전 우선선발로 정부청사에 첫 자대 배치를 받았다.

ㄱ씨는 “솔직히 나도 떳떳하진 않지만, 담당 경찰이 훈계하며 ‘여기 빽 안 쓰고 들어온 사람 손들어봐’ 하면 아무도 손들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언론 보도를 보면, 경찰 고위직 자녀 19명 중 우선선발 부대(정부서울청사,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배치된 인원은 10명에 달했다.

2014년까지 의경에 복무했다는 한 남성은 우 수석의 아들이 자대 배치 두달 만에 발령받은 서울청 행정대원을 “시도 때도 없이 시위진압에 불려다니는 기동대나 그나마 나은 방범순찰대, 어느 정도 빽이 필요한 우선선발 부대보다 더 윗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두차례 행정대원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 직업을 묻길래, 소문대로 나는 이미 정해진 내정자의 들러리만 서는 것인가 싶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운이 좋아 자기 능력이나 기술로 행정대원이 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위급 자제들이 미리 내정되고 면접은 형식이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경찰청은 ‘의무경찰 선발 및 인사배치 개선 계획’을 통해 의경선발과 우선선발제도를 (제한적) 무작위 추첨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문서작성 등 사무업무와 운전 등을 하는 행정대원의 경우 여전히 추첨이 아니라 각 근무처가 개별심사를 통해 뽑고 있다. 실제로 우 수석 아들을 뽑은 이상철 서울청 차장도 “(우 수석의 아들을) 학력과 가정환경 등을 살펴보고 뽑았다”고 말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흙수저들은 힘들게 의경이 돼서 시위 현장에 나가 고생하는데 금수저들은 의경 생활마저 편하게 한다는 건, 경찰 입장에서 봐도 잘못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