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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 "윗선에서 '성주 시위' 공안 몰이 지시"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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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를 방문했을 때, <한국방송>(KBS) 기자는 생중계를 위해 성주군청 옆 부동산업소에 전기 연결을 부탁했다. 그러나 업소 주인이 “한국방송은 안 해준다. 그렇게 보도할 거면 전기 못 빌려준다”며 플러그 잭을 숨겨 “제가 방송하는 걸 보고 말씀해달라”고 통사정한 끝에야 겨우 전기를 연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정현-김시곤 보도개입 녹취록’ 파문을 겪고 있는 공영방송 한국방송에서 이번에는 사드 관련 보도에 대한 ‘부당 지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는 20일 오후 ‘취재 현장 무시한 사드 공안몰이 거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윗선’에서 현장 기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사드 배치 반대 시위와 관련해 ‘외부세력 개입’ 리포트를 제작하라는 등 ‘부당 지시’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한국방송은 <뉴스9> 다섯번째 꼭지에서 “지난주 성주군청 앞 사드 반대 집회에 외부단체 인사들이 참가한 것을 확인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다뤘는데, 이례적으로 현장 기자가 아닌 대구총국 취재데스크인 박준형 기자가 직접 리포트를 맡았다. 이에 대해 전국기자협회는 “당일 오후 리포트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박 기자가, 이런 리포트를 후배들에게 지시할 수 없어 본인이 쓰겠다고 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박 기자는 “확인된 사실은 ‘통합진보당 등 정당인들이 시위 현장에서 목격됐다’는 것뿐인데, 이들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 “만약 쓴다면 ‘종북몰이를 중단하라’는 성주 주민들의 반론이 꼭 들어가야 한다” 등의 주장을 폈으나, 네트워크 부장은 “리포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윗선’의 지시를 내비쳤다고 한다. 결국 최초 작성된 원고는 4차례 수정 끝에 방송됐다. 실제 방송된 1분42초짜리 리포트 가운데 대부분은 경찰 발표를 전하고 있으며, 백철현 성주 사드 투쟁위원장의 ‘종북몰이’ 비판은 13초 방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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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에 가서 달걀·물병 세례를 받은 다음날인 16일, 한국방송은 이를 보도하며 25년 전 정원식 당시 국무총리에게 밀가루를 던진 학생들이 징역형을 받은 사건을 함께 언급하고 당시 영상도 넣었다. 이에 대해 전국기자협회는 “(윗선에서) 그림까지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찍어서’ 지시한 것”이라며 “‘객관보도’를 가장해 ‘공안몰이’를 지시하고 있다”, “세월호 당시 ‘기레기’로 조롱받았던 수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공안몰이’에 현장 기자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은 “해당 기사는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기사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의해 채택된 것이지 이른바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헌주 네트워크부장은 “백철현 성주군 사드 투쟁위원장의 인터뷰에서 ‘종북몰이’가 언급되는 등 그동안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장 사정과 주민들의 주장 등을 객관적으로 보도해왔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드 관련해서는 앞선 15일 ‘보도 지침’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가 “고대영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뉴스 해설’에 문제를 제기해 실제로 해설위원들에게 압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해설위원은 실제로 이날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이 났다. <기자협회보>에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대한 한국방송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기고를 실었던 정연욱 기자도 이날 갑작스레 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이 나면서 ‘보복성 인사’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은 “고 사장은 임원회의에서 사드 보도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 특정 ‘뉴스 해설’을 언급한 적 없다” “인사 발령은 인사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새노조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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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이어 ‘사드 보도 지침’ ‘보복성 인사’ 등의 논란이 잇따르면서, 한국방송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점차 끓어오르고 있다. 새노조는 지난 18일부터 매일 사내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고, 21일에는 임시 조합원총회를 열어 회사 쪽의 행태를 규탄할 예정이다. 22일 오후 열리는 한국방송 임시 이사회에서는 ‘사드 보도 지침’ 논란이 안건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반면, 보도본부 간부들은 외부 매체에 기고한 기자에게 책임을 묻고 ‘진보좌파 매체’를 탓하는 식의 입장을 내놨다. 정지환 보도국장을 비롯한 한국방송 보도본부 간부 31명은 19일 저녁 사내 게시판에 ‘최근 현안에 대한 보도본부 국부장단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에 대해 이들은 “이 전 수석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경 관련 뉴스가 그대로 방송됐다. 본질은 한국방송 뉴스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보도 개입’이라는 안팎의 비판 자체를 부인했다. ‘한국방송이 녹취록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한국방송이 관련 소송(김시곤 전 국장의 징계무효소송)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뉴스를 제작 보도해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정연욱 기자의 인사 조처에 대해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 “한국방송인으로서 한국방송을 팔아 이름값을 올렸으면 당당하게 뒷감당을 하는 게 당연한 자세” 등 사실상 ‘보복성 인사’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내놨다. “노조나 협회, 게시판의 글들은 진보좌파 매체의 논조가 지선의 가이드라인인 것처럼 한국방송 뉴스를 몰아가고 있다” “진보좌파 매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기수별 성명을 활용해 한국방송 뉴스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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