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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귈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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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혼란스런 정세 속에 쿠데타의 배후로 주목받은 페툴라흐 귈렌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에 자신이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펫훌라흐 귈렌(Fethullah Gülen)을 추방해 터키로 넘길 것을 공식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터키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한 공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fethullah gulen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한 연설을 통해 "이번 봉기는 국가의 단합을 원치 않는 군부의 일부가 (미국으로 망명한) 펫훌라흐 귈렌의 명령을 받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귈렌을 알기 위해서는 터키 정치의 거대한 지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세력이 내세운 기치는 '세속주의'로 표현되는데, 그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다.

반면,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은 궁극적으로 터키 헌법의 근간이 되는 정교분리를 정교일치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귈렌은 군부와 에르도안이 이끄는 이슬람주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성직자인 귈렌은 문화, 미디어,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이슬람 운동 '히즈메트'(봉사)를 이끄는 지도자로 뉴시스에 따르면 수 백만명의 추종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해 학교, 싱크탱크, 언론사 등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해오고 있다.

터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친 '히즈메트'를 통해 성장한 인재들은 다시 정·관계와 기업·미디어 분야에 진출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거대한 정치 세력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을 '귈렌 주의자'라 칭하기도 한다. 가디언은 한 조사에 의하면 터키 국민의 10%가 이 운동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귈렌은 2002년 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과 손을 잡고 세속주의 세력에 대항한 바 있으며 에르도안과 함께 이슬람주의의 기반 위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인물로 평가 받는다.

뉴시스에 따르면 귈렌은 에르도안이 12년간 3번에 걸쳐 총리로 재직하고 대통령에 취임해 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려고 시도하면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으며, 특히 2013년엔 에르도안과 그의 아들 빌랄의 부패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귈렌이 1999년 지병을 치료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반 에르도안 세력의 배후로 지목받는 이유다.

귈렌은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이 쿠데타 배후라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민주주의는 군사행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