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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에서 강제노역한 지적장애인, 19년 만에 모친을 만나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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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된 뒤 남의 집 축사 쪽방에서 19년간 숙식하며 소를 키우는 강제노역을 한 지적 장애인 '만득이' 고모(47)씨가 학대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15일 청주 청원경찰서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고씨는 "주인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뒤 "농장에 다시는 돌아가기 싫다"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고씨는 "축사에서 청소와 빨래를 했다"면서 "소똥 치우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 2급인 그는 표현이 어눌해 의사 소통이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김씨의 축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거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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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상봉한 고 씨 모자. 77세인 고 씨 어머니는 '어디 갔다가 이제 왔느냐. 많이 찾아다녔다' '주민등록 말소도, 사망신고도 안 하고 기다렸다'며 울었다.

고씨의 다리에는 수술한 자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어떤 이유로 수술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험관리공단에 진료기록을 의뢰했다.

피해자 고씨 조사는 그의 가족, 장애인전담경찰관, 심리상담관, 사회복지사가 배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다.

경찰은 고씨가 여전히 심리적 불안 상태를 보여 1시간 30분가량 안정 시간을 갖게 한 뒤 30여분만 조사한 뒤 일단 귀가 조치햇으며 나중에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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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

경찰 조사에 앞서 행방불명되기 이전에 살던 청주시 오송읍 집에 돌아온 고씨를 만난 마을 관계자 A씨도 고씨가 학대 받았을 가능성을 전했다.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어제 집에 돌아온 고씨에게 오창 축사에서 일하면서 맞았느냐고 질문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씨의 몸 곳곳에서 폭행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극도의 불안감과 대인 기피증세를 보이는 고씨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냐"고 물었더니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고씨 양손의 손톱도 많이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며 "얼마나 혹독하게 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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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가 19년 강제노역을 한 청원구 오창읍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도 고씨가 주인인 김씨에게 학대를 받으며 생활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주민 B(64)씨는 "몇 년 전 만득이가 목과 팔에 상처를 입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만득이가 제때 밥을 얻어먹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일을 못 하면 굶기는 것 같다"고도 했다.

지난 1일 축사 인근 공장에서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려 지구대 경찰을 만났을 때 역시 고씨는 "주인이 무서워 도망 나왔다"고 진술해 가혹 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견 당시 고씨는 남루한 옷차림에 바짝 마른 상태였다. 한 눈에도 먹는 게 풍족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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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김씨를 처음 조사한 경찰보고서에는 고씨가 일을 잘 못 하면 머리를 쥐어박고 밥도 굶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씨는 지난 12일 축사를 도망쳤다가 이틀 뒤인 지난 14일 경찰에 발견돼 비로소 김씨의 축사에서 벗어나 법의 보호를 받게 됐다. 이날 19년간 생이별한 칠순와 노모와 누나(51)와 극적인 상봉을 했다.

경찰은 고씨에게 무임금 축사 노역을 시킨 김씨가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참고인 조사에서 "20여 년 전 소 중개업자가 데려온 이후 한가족처럼 지냈다"며 "감금하고 폭행한 적은 없었다"고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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