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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퇴직관료들의 재취업은 어쩐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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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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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교육청 관료들이 퇴직 뒤 사립학교나 유관 협회에 재취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영권(60) 전 서울시교육청 총무과장은 지난 5월 말 사직한 뒤 7월부터 서울 은평구 하나고의 법인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씨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책기획담당관, 비서실장, 총무과장, 노원평생학습관장 등을 거친 3급 관료 출신으로, 2008~2009년 하나고 설립 인허가 당시 교육행정국의 학교지원과에서 사무관(법인팀장)으로 일했다. 해당 과는 사립학교 법인 인허가, 임원 승인 및 취소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하나고는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입시부정 의혹 등으로 김승유 이사장 등 9명의 학교 관계자가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경균(60)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행정국장도 2014년 말 사직한 뒤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사립초중고교법인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이동했다. 이 협의회는 사립학교 법인들의 권리 보호와 이권을 위해 일하는 민간단체다. 이 전 국장이 2014년 재직한 교육행정국은 사립법인 인허가, 법인 임원해임처분, 사립학교 적립금 관리 등이 주된 업무다.

공직자윤리법 17~19조의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조항을 보면 ‘퇴직일부터 3년간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밀접한 관련성’ 등의 법 해석이 모호한 탓에 상당수 교육청 고위 관료들은 퇴직 뒤 사학법인 및 유관 협회 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서울시교육청에서 근무하다 사직 뒤 사립학교, 관련 협회 등으로 이동한 사례는 <한겨레>가 확인한 것만 (위의 두 사례를 포함해) 올해 2명, 지난해 3명 등 5명이다. 지난해 강성태 전 서울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이 서울항공비즈니스고 교장으로 옮겼고, 다른 공무원 한명도 서울 한 사립고교의 행정실장으로 이동했다. 올해 6월에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관실 근무 경험이 있던 한 5급 공무원이 서울 사립고교 행정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 기획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헌법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개인의 선택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도 “오래전부터 교육부 공무원들이 많이 이동하던 자리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
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무원이 재직시절 업무와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자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은 “법을 좁게 해석해 법에 명시되지 않았으면 괜찮다는 논리인데, 유권해석을 다시 해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하나고의 경우 설립 인허가 당시 특혜 의혹 등으로 교육청 감사와 검찰 조사가 진행중인 시기에 교육청 관료들이 이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김경자 교육위원의 현황 파악 요구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각급 사립학교 현장에 공문을 내려보내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사학기관 재취업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