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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 블로거이자 '안티 여행 블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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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Nikki Vargas
Travel Journalist. Editor behind The Pin the Map Project. Mode Media Correspondent. Public Speaker.

나를 '안티 여행 블로거'로 봐달라.

지난 4년 동안 내 돈과 시간, 노력을 여행 사이트 핀 더 맵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내가 스스로에게 붙이기에는 이상한 호칭이라는 걸 나도 안다.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다음에야 자기가 높은 곳을 싫어한다는 걸 깨닫는 사람처럼, 나는 '여행 블로그의 산'에 기어 오르고 나서야 내가 요즘의 여행 블로거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 같다.

이른바 '안티 여행 블로거'가 부상하고 있다. 마추 피추 하이킹 전에 머리를 잘 빗고 말리는 것 따위, 멕시코에서 서핑을 배우기 전에 메이크업이 잘 됐는지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여성 블로거들이 주도하는 운동이자 트렌드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내용 가방에 무엇을 넣는지에 대해 쓴 글을 통해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책임과 주요 문화 이슈에 대해 발언한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의 부상이며, 앞으로 여행 블로거들은 두 부류로 나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블로거들은 이런 특징을 가질 것이다.

일반적인 여행 블로거와는 다르다

챙 넓은 모자, 빙빙 돌면 퍼지는 여름 드레스, 멍한 눈빛을 한 방랑벽을 담은 사진들. 나를 포함한 여러 여행 블로그들이 저지르는 일이다.

예전의 여행 사진들은 여행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요즘 사진에서의 여행지는 패션 잡지를 닮은 사진의 흐릿한 배경에 불과하다. 요즘의 여성 여행 블로거들은 세상을 보러 다닐 때의 여성의 외모에 대한 불가능한 기준을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14시간 비행을 한 뒤에 불가능할 정도로 생기 넘치는 얼굴을 찍어 올리고, 아마존 강 한가운데서 완벽하게 매칭한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이런 사진들은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이다. 안티 여행 블로거들은 여행지에 초점을 맞추고, 남미에서 헝클어진 머리와 티셔츠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올린다. 모델 같지 않은 모습으로 여행을 해도 괜찮다는 걸 보여준다.

관성과는 다른 컨텐츠를 올린다

요즘 인기있는 여행 포스트들은 묘하게도 컨텐츠가 비슷해 보인다. ㅇㅇㅇ를 방문할 이유 X가지, 해외에서 스타일리시해보이는 방법 X가지, 머스트-해브 여행 가방 X가지. 이런 포스트들이 여행 블로깅의 필요악이긴 하지만, 안티 여행 블로거들은 사회 및 경제적, 국제적 이슈들을 다루는 포스트를 올려 블루오션을 개척한다.

요즘 같은 때에 여행 블로거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솔직하다

여행 관련 글들 중 ‘목가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블로그 포스트는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것의 현실에 대해 무자비하게 솔직한 글을 하나 보았다. 경제적 어려움, 독자를 모으는 어려움, 여행 블로그의 아름다운 면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에 대해 솔직하게 적은 글이었다.

블로그에서 그런 '투명함'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전업 여행가가 되라고 부추기는 것 같은 이 업계에서 정말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세계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말하려 하지 않는 현실이 있고, 이 안티 여행 블로거들은 그걸 반드시 노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영향력으로 변화를 만든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 팬들, 유튜브 재생수 수천회, 그에 버금가는 수의 구독자들. 예전에는 최고로 유명한 셀러브리티 정도 되어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요즘은 소도시에 사는 20대 블로거가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게 됐다.

전세계를 향해 말할 수 있는 마이크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라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영향력있는 목소리를 지니고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치는 인기 블로거들이 많다. 자기가 여행할 때 제일 좋아하는 립스틱, 수영장이 있는 호텔 이야기나 하고 있다. 안티 여행 블로거들은 영향력을 사용해 지속 가능한 습관, 환경 친화적 여행, 당신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세계적 이슈에 관심을 모은다.

결점에 대해 정직하다

나는 10대 시절 여성지를 읽다가 내 또래 다른 여자 아이들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것을 보며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의 머리, 피부, 옷, 삶은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고, 언제부턴가는 아예 잡지를 보지 않게 되었다.

여행 블로그들은 여러 모로 그런 여성지를 떠올리게 한다. 블로거들이 어디로 여행을 가든 마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기 때문이다.

전업 여행가로서 나는 여행 중에 길을 잃었고, 아팠고, 겁에 질렸고, 부끄러웠다고 말할 수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타투를 하기로 했다가 겁이 나서 취소했고, 마라케시의 구 시가지에서 길을 잃었고, 필리핀에서는 화장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끝이 없다. 여행은 엉망진창이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고, 안티 여행 블로거들은 결점이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행 블로거’라는 타이틀을 피한다

블로그는 무보수의 취미로 간주되곤 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돈이 되는 커리어로 만든 것을 남들이 알아보기 힘들 수 있다. ‘여행 블로거’라는 타이틀은 특히 상상 속의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사람들은 카리브 해의 해변에서 포스트를 올리는 걸 일이라고 부르면 비웃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블로그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블로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다른 매체에 기고를 하든, 자신의 여행 쇼를 시작하든, 소설을 쓰거나 제품을 디자인하든, 무언가를 추가한다.

전세계 블로거들이 이 글에 항의하며 들고 일어나기 전에, 모든 블로거의 작업은 존중, 찬사, 이해를 받아 마땅하다는 걸 밝힌다. 나는 자신의 열정을 감탄스러운 커리어로 만들고 내게 영감을 주는 전세계 모든 장르의 다른 블로거들에게 언제나 경탄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데는 어떠한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글은 여행 블로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렌드에 대한 관찰에 불과하므로, 그 어떤 블로거에 대한 비난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다양한 변수와 복잡성이 있어, 하나의 포스트로 다 탐구하기엔 힘든 트렌드다.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글 The Rise of the Anti-Travel Blogger and What to Expect를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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