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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화장' 이젠 대세...중학교에선 화장법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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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때 틴트(립스틱의 한 종류)로 화장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마스카라까지 다해요.”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시 성일중학교 한 1학년 교실에서 만난 신애진(12·가명)양이 자신의 파우치를 구경시켜주며 말했다. 하얀 얼굴과 빨간 입술, 선명한 눈매가 한눈에 봐도 화장한 얼굴이다. 앞자리 김선아(12·가명)양까지 합세하니 책상 위가 이들이 꺼내놓은 수분크림, 미백크림, 쿠션(도장 찍듯 바르는 파운데이션), 아이셰도우, 틴트 등으로 가득찼다. 선아양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대부분이 화장이에요. 노는 시간엔 예쁜 화장품을 서로 추천해주고 바르며 놀아요”라고 말했다. 화장하면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느냐는 질문엔 “가끔 틴트 내놓으라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럴땐 잘 안쓰는 제품 드려요”라며 웃었다.

이날 이 교실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탁을 받은 녹색소비자연대가 ‘화장품 안전사용 교육’을 진행했다. 10대의 화장이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며, 식약처는 올해 초 아예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만들어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했고, 소비자단체와 손잡고 이런 수업을 실시중이다. 대입전형이 끝난 고3 겨울에야 화장법을 처음 접하던 기성세대들에겐 ‘격세지감’이다.

실제 10대들의 화장 시작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중1부터 고3까지 남녀 청소년 10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2014년, 숙명여대)’에 따르면 여학생은 학년이 낮아질수록 색조화장을 초등학교때 시작(중학교 1학년 43.2%, 고등학교 3학년 7.1%)하는 비율이 높았다. 또 화장을 한다는 학생들의 76.2%는 ‘전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호기심으로 문방구에서 화장품을 접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은 “초등학생때는 얼굴은 하얗고 입술만 빨간 ‘펭귄화장’으로 시작해 고등학생이 되면 화장을 안 한 것처럼 보이는 ‘내추럴메이크업’을 완성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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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유튜브나 친구들이다. 유튜브에서 ‘10대 메이크업’을 검색하면 2만1000여개의 동영상이, ‘초딩화장’을 검색하면 1만4000여개의 동영상이 나온다. 덩달아 10대 화장품 시장도 커졌다. 선아양은 “일주일 용돈 만원 중 5천원을 화장품 구입에 쓰는 것 같아요. 화장품은 브랜드숍 등에서 내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사요. 케이스가 예쁜 제품에 손이 더 가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여드름 전용 제품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색조제품까지 내놓으면서 10대 화장품 시장이 3000억원대로 추산할 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왜 화장을 할까. 애진양은 “자기만족이에요. 화장하면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우리에게 안 하는 게 이쁘다지만 어른들은 하면서 우린 왜 못하게 해요? 이제 안하는 게 더 이상해요”라고 말했다.

성일중학교의 한 선생님은 “학교에 화장에 대한 규율이 있지만 너무 요란한 게 아니면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다. 화장은 이제 말릴 수 있는 단계가 지난 것 같다. 차라리 올바른 화장법을 가르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1 딸을 둔 직장인 이재진(42)씨는 “아주 오랫동안 싸우다가 지금은 화장하는 시간을 줄여 아침밥은 먹고 등교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이주영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이 건강한 피부 가꾸는 방법, 화장품 보관법, 사용법 등을 설명하자 심드렁하던 남학생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이주영 본부장은 “아이들이 화장에 관심은 많은데 화장품의 성분표시, 유통기한 등은 보지 않고 고른다. 화장을 막을 수 없다면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고, 똑똑하게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